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에도 실손보험 인상에 보험료 인하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두고 ‘진퇴양난’이다. 수년째 누적된 자동차보험 적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진 흑자기조와 실손보험료 인상 여파로 내년 자동차보험료는 인하될 전망이다.
하지만 자동차 정비업체들은 내년 정비수가를 올해보다 시간당 7~8% 인상을 원하고 있고, 당정까지 나서서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의무적으로 납입하는 책임보험료에 광고비 같은 게 포함돼 있는지 들여다 보겠다는 것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자동차보험의 내년 보험료를 평균 1% 정도 인하할 전망이다.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감소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손보사들은 보험료를 1.2~1.4% 인하했다. 올해 초 삼성화재 자동차보험료 1.2% 인하를 시작으로 현대해상 1.2%,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1.3%, KB손해보험 1.4% 내렸다.
대신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료는 10% 인상할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 1~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평균은 132.3%다. 올해 손해율 전망치는 120% 수준으로 지난해 보다는 낮지만 손익분기점인 100%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세대별 손해율로는 작년 기준 1세대 142.5%, 2세대 130%, 3세대 116.2%다. 지난해 기준 실손보험 누적 적자액은 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고, 이 상태라면 오는 2031년에는 누적 적자액이 1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료에서 보험금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손해율이 높으면 높을 수록 보험사는 적자를 본다. 손해율이 132%라는 것은 보험사가 보험료 100만원의 보험료를 받으면 132만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의미다.
손보사 입장에서는 난감하다. 실손보험 적자규모가 커서 보험료를 약 20% 이상 인상해야하지만, 경제 상황과 고물가 시기임을 고려해 10% 안팎으로 인상하고, 대신 지난해와 올해 흑자기조를 보이고 있는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겠다는 것인데, 지난 10년간 자동차보험 흑자도 2017년과 지난해 그리고 올해 뿐이고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액은 8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자동차보험 적자액은 2010년 1조5802억원, 2011년 5902억월, 2012년 5749억원, 2013년 9415억원, 2014년 1조1017억원, 2015년 1조1011억원, 2016년 3418억원, 2018년 7237억원, 2019년 1조6445억원, 2020년 3799억원이고, 올해 흑자를 감해도 여전히 8조원 수준의 적자를 유지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적자규모가 커서 보험료를 인상하는데, 대신 누적 적자액이 큰 자동차보험을 내리라는 것은 모순이 크다”며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은 한 보험사가 운영하더라도 보험금과 보험료가 다르게 운영되는 전혀 다른 상품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자동차보험 인하 압박과 함께 자동차 정비업체들은 내년 정비수가를 올해보다 시간당 7~8% 인상을 원하고 있다. 자동차보험료를 결정하는 데 정비요금이 미치는 영향이 큰만큼 손보사들은 보험료 인하가 부담되는 상황이다.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정비수가 인상을 두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협의회는 정비공임을 결정하는 협의체로 지난해 10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에 따라 구성됐다. 법 개정 전 정비수가는 국토교통부의 공표로 결정했고 가장 최근 공표가는 2018년이었다.
협의회의 구성은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 제3장 자동차보험진료수가 기준 및 분쟁 조정 제15조의 2(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에서 명시하고 있다. 해당 법령에서는 위원장 1명과 보험업계 대표 위원 5명, 정비업계 대표 위원 5명, 공익대표 위원 5명으로 협의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위원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토교통부 장관이 위촉한다.
자동차정비업계는 손해보험사들에 정비수가를 7~8% 올려야 한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정비업계는 올해도 정비수가를 4.5% 올린바 있다. 이에 대해 손해보험사들은 정비 요금 동결로 맞설 예정이다.
정비요금이 올라간다는 것은 발생손해액 증가의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정비수가는 보험에 가입한 사고 차량을 정비업체가 수리했을 때 보험사가 지급하는 수리비로, 정비수가가 올라간다는 것은 자동차보험의 발생손해액 증가한다는 의미다. 보험업계에서는 정비수가가 8% 오르면 자동차보험료는 6%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당정까지 나서서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지난 6일 개최한 ‘서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 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자동차 사고율이 많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자동차 보험료를 점검해서 보험료를 낮출 방안이 더 있는지 검토하겠다”며 “의무적으로 내는 책임보험료에 광고비 같은 게 들어가 있다면 이는 분명 조정할 항목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