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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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경기지표 악화에 따른 생존의 몸부림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고강도 긴축 경영에 나서는 모습은 ‘마른 수건 짜기’를 방불케 한다.

특히 ‘재계 1위’ 삼성전자가 비용 효율화에 적극 나서고 있어 경기침체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사업장 복도 전등의 절반을 끄고, 프린터 용지를 50% 절감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해외 출장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매년 한 명당 연봉 외 1억원 이상 체류 비용을 지원하며 100~200명씩 육성해온 지역 전문가 파견 프로그램도 올해는 취소했다. 내년 초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 출장자도 가급적 줄일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SK그룹이 재계순위 2위로 도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SK하이닉스의 ‘짠돌이 경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내년부터 임원·팀장의 활동비, 복리후생비, 업무추진비 등을 줄인다. 임원은 50%를, 팀장은 30%를 각각 삭감한다.

투자 규모도 줄인다. 4조원대의 충북 청주캠퍼스 M17 증설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SK는 올해 인사에서 주요 경영진을 대부분 유임시킨 가운데 지주사인 SK㈜의 이성형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재무구조 최적화도 노리고 있다.

LG그룹 역시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의 차동석 CFO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지난달부터 각 사업부서와 본사 조직원 일부로 구성된 '워룸‘(War-Room)을 운영하며 리스크 관리에 선제 대응하고 있다. 워룸에는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인다는 방침이 세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감원 소식을 알리는 기업들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인건비를 줄여보려는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회망퇴직을 실시했다. LG전자 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는 근속 연차에 따라 기본급 4~35개월 치의 위로금을 지급하는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NH농협은행은 갓 40대가 된 1982년생 직원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전국의 30인 이상 기업 24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경영 계획을 수립했거나 초안을 짠 기업 중 90.8%가 현상 유지(68.5%) 또는 긴축 경영(22.3%)을 하겠다고 밝혔다. 확대 경영은 9.2%에 그쳤다. 긴축 경영을 택한 기업 중 72.4%는 구체적인 시행계획으로 전사적 원가 절감을 택했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의 숨통을 띄우기 위해 각종 지원책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민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정부는 세 부담 완화‧자금시장 안정으로 기업의 유동성 압박을 완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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