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검찰 출신·0선…정치입문 8개월만에 당선
법과 원칙 강조…'윤석열다움'으로 지지율 회복
경제위기·北도발·野협치 등 2023년 험로 예상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1년차가 저물고 있다. 그는 올 한 해 ‘최초’라는 수식어와 함께 했다. 국회 경험이 없는 ‘0선’ 대통령이자 최초의 검찰 출신 대통령에 이어 역대 최소 득표율(0.73%포인트) 차로 당선된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썼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낸 ‘엘리트 검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궤멸 지경에 놓인 보수진영의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10년마다 정권이 교체됐던 ‘10년 주기론’도 깨졌다.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국가 권력 최고 정점에 선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최초’ 행보를 이어갔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며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열었고, 제왕적 대통령제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청와대를 74년 만에 개방했다.
관저도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장관 공관으로 옮겨 헌정 사상 처음으로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됐다. 사상 처음으로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약식회견을 하는 '도어스테핑(door stepping)'을 하기도 했다. 교과서와 같은 기존 ‘여의도 문법’을 하나씩 깨부수며 그는 ‘윤석열식 정치’ 보여주기에 나섰다.
◇ 비속어 논란에 이태원 참사까지…연이은 악재에 '진땀'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불과 11일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며 역대 가장 빠른 한미정상회담을 기록을 갖게 됐다. 또 대선 이후 3주 만에 치러진 제8회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두며 윤 대통령의 기세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곧 곳곳에서 잡음이 일었다. 대통령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예산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이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이 핵심 가치로 내걸었던 공정과 상식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서로에게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여권의 혼란이 최고조로 치달은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수도권 폭우 침수 피해 당시 ‘사저 지휘’ 논란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해외순방 과정에서는 비속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불리한 정치 지형으로 진땀을 빼기도 했다. 취임 후 첫 시정연설에서 코로나19 피해 국민 지원을 위한 추경안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며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지만, 보이콧한 야당 의원들의 빈자리를 느껴야 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었다.
야당과 협치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탓에 국무총리 인준과 내각 구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결국 1기 내각을 완성하는 데까진 181일이 걸렸다. 이는 2005년 인사청문회 대상이 모든 국무위원으로 확대된 이후 가장 늦게 이뤄진 것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담은 정부조직개편안과 국정과제 입법들도 정기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10·29 이태원 참사로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다. 3년 만에 이뤄진 ‘노마스크’ 핼러윈 행사에서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됐음에도 안전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참사 직후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고,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직접 상황을 살폈다. 다만 대국민 담화 형식을 빌린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재난안전 주무 부처 수장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거리를 둬 여론은 악화됐다.
◇ 20%대로 폭락한 지지율, 바닥 찍고 '3대 개혁'으로 상승 시작
악재가 거듭되자 50%대에서 시작했던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20%대까지 주저앉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국정 운영동력을 상실, ‘조기 레임덕’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박창환 장안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능한 정부를 표방했으나 정권 초반 국정 비전이나 과제를 뚜렷하게 보여주지 못했고, 당·청 관계도 매끄럽게 끌지 못하는 등 여러 면에서 준비가 부족했다”면서 “법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갈등을 조율하는 정치 또는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면서 국민들은 검찰 출신 대통령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설적으로 용산시대를 상징하는 도어스테핑이 사라지자 오르기 시작해 최근엔 40%대를 넘어섰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195일 동안 61회의 도어스테핑을 벌였으나, 지난달 18일 미국 순방 당시 '비속어 논란' 보도를 한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이 설전을 벌인 뒤 잠정 중단했다. 그동안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이 직접 소통을 실천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지만,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정제되지 않은 말이 나와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에 강경 대응 기조를 고수한 것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노동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고 연금과 교육개혁에도 나서며 전 정권과 ‘차별화’를 꾀하는 점 역시 지지율 상승에 주요한 영향을 줬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이후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한층 정제되고, 전달 과정에서 집중력도 높아졌다”면서 “‘문재인케어’를 비판하고 3대 개혁(노동·연금·교육) 과제를 밝히는 등 그동안 방향과 내용이 모호했던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과 내용을 제시한 점도 지지율 급등의 주요인”이라고 밝혔다.
◇ 글로벌 경제위기에 北 도발까지…신년에도 해결 과제 산적
윤 대통령은 집권 2년 차를 맞는 2023년에는 개혁 드라이브를 통해 국정 동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도 3대 개혁 과제를 주요하게 논의하고 “인기 없는 일이지만, 회피하지 않고 반드시 우리가 해내야 한다”면서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변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 실질적인 성과를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 대학입시제도 손질 등 하나하나가 해법이 까다롭고 휘발성도 강해 자칫 내부 혼선과 갈등이 확산할 소지도 다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개혁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동시에 야당과 끊임없이 타협의 노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회 과반인 169석을 가진 민주당이 입법권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내년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여야의 정책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돼 난항이 예상된다.
대내외 여건도 어렵다.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가 이어지면서 암울한 경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 역시 수출과 투자가 역성장하면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가 1.6%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른 정부들도 비슷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유독 임기 초 시행착오가 심했다”면서 “일자리와 집값 문제 등이 산적해 있는 만큼 대통령다운 정치를 펼쳐 위기를 타개하면서 미래 먹거리 성장 전략을 찾는 데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경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리, 환율, 물가도 하루 아침에 해결되는 일이 아니지만 여야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면 선로가 뚫릴 수도 있다”면서 “야당이 검찰 수사를 과도한 보복 탄압 프레임으로 짜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이들을 포용하고 협치에 나선다면 긍정적인 방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핵 역량 증강을 지속, 도발 수위를 높이는 북한도 문제다. 북한은 올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각종 미사일을 쏘고 있다. 지난 26일까지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53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2발 등 탄도미사일을 38차례에 걸쳐 모두 67발을 쐈다. 북한의 한 해 탄도미사일 도발 횟수로는 역대 최대다. 최근에는 무인기를 통해 우리 영공을 침범하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미·대일 관계 회복에 의미를 두며 “대북포용 정책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전에 효용이 있었던 정책인데, 지금은 북한이 핵을 가지게 돼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포용정책은 할 수 없다. 대화를 통한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새해 첫날 국정운영 방침과 비전을 담은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메시지에는 3대 개혁과제 추진 의지와 경제위기 극복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정부에서 통상 해오던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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