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 위에 정치, 정치 위에 국민정서법...강호제현 '내 사람' 만들어야"
"한미동맹 재건 잘한 일...北 도발은 중국 통해 해결하는 수 밖에 없어"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김정기 유엔시티넷 대표(전 상하이 총영사)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법치 위에 정치가 있고, 정치 위에 바로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유엔시티넷 본사에서 진행된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을 촉구하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 이달 11일 단독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진상 규명 후 책임 소재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고수,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 시 탄핵소추권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면서 "국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고교 후배라는 이유로 계속 이 장관을 감싼다면 엄청난 파문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무한한 용인술을 발휘, 제대로 훈련된 프로 강호제현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책 역량을 두루 갖춘 인물을 뽑지 않고, 이들은 거수기로 전락시킨다면 국정은 좌초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노동개혁'을 꼽았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며 '노동개혁의 적임자'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또 "전선을 확대하기보단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법과 원칙에 따른 강도 높은 노동개혁이 시행된다면 우파가 결집, 오는 2024년 총선도 승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해선 당당하면서도 튼튼한 '윤석열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한미동맹 재건에 방점을 찍은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아울러 그는 윤 대통령이 지난 동남아 순방 때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데 대해서도 "중국을 의식해 미국의 인태전략 참여를 유보해온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확연히 비교된다"며 "'미국과 합을 잘 맞추겠다'는 외교 방향을 제시하고,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책임과 역할을 밝힌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출범 7개월 지난 윤석열 정부, 어떻게 평가하나
"윤 대통령은 정권교체를 통해 보수 우파에게 기울어진 대한민국을 재건할 기회를 마련했다. 처음엔 대선에서 승리한 것만으로도 고마웠는데, 갈수록 기대치가 낮아지는 것 같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만 바라보고 간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지만, 그런 인사 행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리더십이 바로 인사권 행사다. 당근과 채찍을 꺼내 들기도 하고, 포용정책을 통해 용인할 때도 있어야 한다.
지도자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인데,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에 하던 방식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본인이 함께 일한 특수부 검사들을 주요 요직에 전면배치하는 방식이다.
우선, 여의도 정치권을 보자. 초기에 함께 한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플러스'만 보인다. 회전문식 인사 아닌가. 이는 선거 당시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던 '공정' 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물론 윤핵관 플러스가 윤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공이 큰 건 사실이다. 다만, 이들의 전략적 사고에 기반한 정무적 판단 능력으로 보면 모두 합쳐도 2%가 부족하다.
다음으로, 청와대나 내각을 보자. 김대기 비서실장과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모피아'다. 다시 말하면 영혼 없는 관료 출신들이 청·정을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의 한계는 대관하지 못하고 소찰에 그친다는 것이다. 당·청의 요직을 정무적 판단도 되지 않고, 쓴소리도 못 하는 '예스맨' 집단인 경제관료들이 독식하고 있으니 정치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탁월한 정무 감각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으로 교체해 난국을 타개하지 않으면, 2024년 총선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이후 국정운영은 동력을 상실,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오고 만다. 실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입법부에서 뭐 하나 제대로 통과된 안이 있나. 단 하나도 없다. 총선에 모든 것을 걸어야 윤 대통령이 그렸던 개혁 과제를 하나씩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지금처럼 윤핵관 플러스, 서울대 법대 '법피아', 서울대 경제학과 '모피아'가 지배하는 구조 속에 갇혀 있다면 총선 승리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윤 대통령에겐 영토 확장이 필요하다. 무한한 용인술을 발휘, 제대로 훈련된 프로 강호제현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윤 대통령은 이제 검사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인 만큼 사람을 쓰는 데 있어 혁명적인 변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략과 정책 역량을 두루 갖춘 인물을 뽑지 않고, 이들을 거수기로 전락시킨다면 국정은 좌초되고 말 것이다.
시간이 없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말하는 공정정신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연고주의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미 초등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선·후배들을 요직에 배치하지 않았나. 전형적인 '네포티즘'(친척·지인 등을 요직에 임명하는 친족 중용주의)이다. 특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태원 참사 직후 해임했어야 했다. 고교 후배라는 이유로 감싸선 안 된다. 법치 위에 정치가 있고, 정치 위에 있는 것이 바로 '국민정서법'이다.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소추'라는 카드까지 꺼낼 것이다. 민주당의 계획에 말려드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계속 고집을 피운다면 엄청난 파문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은 무엇이라 보는가
"문재인 정부 5년은 대한민국을 잃어버린 시간이었던 만큼, 윤 대통령은 애국심을 역사적 사명으로 승화시켜 개혁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애초 노동·연금·교육 개혁을 기대했지만 전선 구조를 확대하기보다는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바로 노동개혁이다. 최근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윤 대통령이 두 차례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또 파업기간 중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의 적임자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강도 높은 노동개혁을 단행, 미국 전체 역사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 않았나. 윤 대통령도 레이건 전 대통령처럼 될 수 있다. 법과 원칙에 따른 강도 높은 노동개혁이 시행된다면 우파가 결집, 오는 2024년 총선도 승리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맹아'(萌芽) 로 전락했었는데,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에서도 당당하고 튼튼한 '윤석열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인 한미동맹을 재건했다. 미국은 세계 1등 국가다. 대한민국이 성장하기 위해선 경제가 이를 뒷받침해줘야 하고, 경제가 살려면 안보가 담보돼야 한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미국과 같은 후견인 없이 어떻게 경제에 전념하겠나."
▶윤석열 정부의 외교 방향이 지나치게 미국에 기울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소홀해졌다는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잃어버린 5년이 없었다면 중국도 신경써야겠지만 이는 한미동맹을 재건한 그 이후가 돼야 한다. 중국은 힘으로 제압하려는 속성이 있다. 우리와의 관계도 황제와 왕으로 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상호존중'이 어렵다. 다만 중국 리스크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큰 만큼 될 수 있는 대로 충돌하지 않는 게 좋다. 특히 안보에 있어 중국에게 가상의 적이 돼선 안 된다.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협의체) 가입과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추가 배치가 그 예다. 수습돼 다행이지만 가상의 적으로 분류된다면 중국도 인내심에 한계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수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예측 가능성이 없는, 그야말로 '터널'과 같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동남아 순방 때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한 데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인태전략은 인도, 동남아, 동북아와 태평양 지역을 하나의 축으로 묶은 것이 핵심이다. 아세안 10개국이 신흥시장이자 미래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국도 인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이는 중국을 의식해 미국의 인태전략 참여를 유보해온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확연히 비교된다. 윤 대통령은 '미국과 합을 잘 맞추겠다'는 정부의 외교 방향을 제시하고,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국제적 책임과 역할을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정보기술과 의료기술 인프라는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지 않나. 돈을 들여 후발국가를 돕고 선진국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겠다고 한 것은 굉장히 칭찬할 만한 일이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있다. 관계 개선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한반도에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정전상태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재건하고 한미연합훈련을 정상화한 점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국방백서에 북한을 '주적'으로 표기한 것 역시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북한의 도발을 막으려면 사실상 중국을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엔의 제재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북한 뒤에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조심해서 접근해야 할 문제지만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수밖에 없다. 중국이 북한을 놓아야만 한반도에 통일이 찾아오고, 우리도 균형잡힌 외교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