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글래스 휴대성 높이면 대중화 시간문제"
스마트폰 다음 단계는 AR…VR보다 잠재력 커
AI는 산업, AR은 인간 능력 높이는 역할

이동길 한국광기술원 광영상정보연구본부 본부장. 사진=한국광기술원 제공
이동길 한국광기술원 광영상정보연구본부 본부장. 사진=한국광기술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증강현실(AR)은 '포스트 스마트폰'입니다. 휴대성만 높아진다면 스마트폰 다음 타자로 모바일 시장을 이끌게 될 겁니다."

이동길 한국광기술원 광영상정보연구본부 본부장은 AR 스마트글래스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다. 2006년 한국광기술원에 입사한 그는 스마트글래스를 가볍게 만들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몰두했다. 금형을 사용한 사출성형 기법을 이용해 개발한 광학부품을 스마트글래스에 적용, 가볍고 생산이 쉬운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AR 글래스를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봅니다. 그러려면 스마트폰처럼 휴대성이 좋아져야 해요. 하지만 아직 벌키함(부피가 큰)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이 본부장은 지난 3일 데일리한국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AR 글래스가 아직 일반 대중의 영역으로 들어오지 못한 것에 대한 가장 큰 이유로 제품이 두꺼운 문제를 꼽았다. 이 본부장은 "애플도, 마이크로소프트도 아직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이는 디스플레이 문제가 아닌 광학계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AR은 결국 커질 수밖에 없는 시장입니다. 해외여행 갔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리얼 월드(실제 세계)를 보면서 여행정보, 실시간 통역 등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은 AR이 유일합니다. 해외여행 가서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을 수 있을까요?"

이 본부장은 AR이 VR보다 훨씬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애플, 삼성전자,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의 최종 목적지는 VR이 아닌 AR이라는 것이다.

애플 AR 글래스 렌더링 이미지. 사진=유튜브 채널 에브리씽애플프로(EverythingApplePro) 캡처
애플 AR 글래스 렌더링 이미지. 사진=유튜브 채널 에브리씽애플프로(EverythingApplePro) 캡처

"AR은 사람의 능력치를 끌어올려준다는 점에서 VR과 구분됩니다. '휴먼증강'이 목표기 때문에 VR보다 훨씬 시장성이 클 수밖에 없어요. 애플이 무조건 AR 기기를 들고 나온다고 확신하는 이유입니다."

애플은 올해 예정이었던 AR 글래스 출시 일정을 연기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기술적인 문제로 AR 기기 출시를 2025년까지 보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내년에 VR 헤드셋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이 AR 기기보다 VR 기기를 먼저 내놓는 게 참 아쉬워요. 하지만 애플은 제품을 개선시키기 위해 한 템포 쉬는 겁니다."

이 본부장은 AR 글래스를 얇게 만드는 기술이 나온다면 AR 글래스의 대중화는 시간문제라고 했다. AR 글래스는 시야각에 대한 요구사항이 높지 않고, 디스플레이 기술에서도 VR 헤드셋처럼 초고사양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R 글래스는 VR과 달리 고개를 돌려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특성상 50도 정도의 시야각이면 충분하다.

"의료, 국방, 인포테인먼트 등 AR이 활용될 수 있는 범위는 무궁무진합니다. 인공지능(AI)이 산업 영역에 들어가 생산성을 높여준다면, AR은 바로 사람의 능력치를 끌어올려주는 역할이예요. 길을 찾을 때 스마트폰을 볼 필요가 없는 시대가 반드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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