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점유율 뺏겨도 누적 수주 1000조원 눈앞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사진=LG에너지솔루션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 연간 매출액 5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지만 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주액 1000조원을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3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총 53조340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배터리 시장 성장에 힘입은 결과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매출 25조5986억원, 영업이익 1조2137억원의 실적을 올렸으며 삼성SDI는 매출 20조1241억원, 영업이익 1조8080억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43.4%, 57.9% 증가했으며 삼성SDI는 매출이 48.5% 늘면서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은 69.4% 뛰었다. 두 회사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SK온은 지난해 매출 7조6177억원, 영업손실 9912억원을 기록했다. 신규 공장 비용 증가 등 영향으로 전년보다 3000억원 이상 적자폭을 키웠지만 매출은 4분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며 연간 기준 전년 대비 6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매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3사의 시장 점유율은 총합은 23.7%로 전년도 30.2%에서 6.5%포인트(p) 하락했다. CATL, BYD 등 중국 경쟁사들의 가파른 성장세에 따른 것이다.

CATL은 지난해 시장 점유율 37.0%로 2021년에 이어 1위를 지켰고 LG에너지솔루션과 BYD가 13.6% 점유율로 공동 2위에 올랐다. 2021년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 19.7%로 2위, BYD는 8.7%로 4위였지만 1년 만에 LG에너지솔루션 점유율이 6.1%p 감소하고 BYD는 4.9%p 증가했다. 이어 일본 파나소닉이 점유율 7.3%로 4위, SK온이 5.4%로 5위, 삼성SDI가 4.7%로 6위에 자리했다. SK온과 삼성SDI 점유율은 각각 0.3%p, 0.1%p 줄었다.

점유율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국내 3사의 올해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주력 사업인 전기차 배터리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완성차 업계 등으로부터의 수주 잔고도 이미 충분히 확보한 상태기 때문이다. CATL, BYD 등의 점유율이 상당 부분이 중국 내수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인 영향력 격차도 있다. 실제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점유율 약 30%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누적 수주 잔고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이 385조원, SK온이 290조원을 돌파했다. 각각 연매출의 15배, 38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삼성SDI는 수주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는 연매출의 약 7배 규모인 14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SNE리서치는 3사의 누적 수주액이 10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치 먹거리를 확보한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가 전년 670GWh 대비 33% 가량 성장한 890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북미 시장이 60%, 유럽은 40%대 중반, 중국은 20%대 중반가량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SDI도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전년 대비 약 3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연간 매출 목표를 지난해 대비 25~30% 높게 잡았다. 최대 3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생산능력도 지난해 6조3000억원에서 50% 이상 투자를 늘리고 스마트팩토리 구현 등을 연산 300GWh 규모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SDI도 올해 전기차 배터리 ‘P5(젠5)’를 중심으로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을 높여 지난해에 이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중장기 성장을 위한 수주 활동과 전고체배터리 개발 등 차세대 제품 준비도 지속한다.

SK온은 올해 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먼저 내고 내년에는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해외 신규 공장 생산량 증대로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전기차 배터리 협상력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에 나선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의 상황도 국내 업계에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은 현재 일본과 국내 배터리 3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향후 중국 업체의 신규 진입은 정책적으로 배제된 상황이고 일본은 상대적으로 투자에 소극적이어서 국내 업체들의 수혜 폭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