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 이어 GM과 합작공장 설립 추진
투자여건·기술력 뒷받침…“최우선 파트너 대상”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삼성SDI가 본격적으로 완성차 업계와 해외 합작법인을 통한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 확충에 나설 전망이다. 그간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해외 생산기지 확충에 가장 신중한 행보를 보였지만 높은 수익성을 기반으로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시장 성장에 맞춰 공세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오는 8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에서 최윤호 삼성SDI 사장과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GM과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합작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0∼50GWh 규모로 알려졌다. 생산 규모를 고려할 때 총 투자금은 3조∼5조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는 기존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의 23GWh를 넘어서는 규모다.
삼성SDI가 GM과의 합작을 성사시키면 지난해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북미 완성차 업체와 동맹을 맺는 것이 된다. 다른 국내 배터리사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각각 GM, 포드 등과 합작을 통해 복수의 공장을 설립하며 공격적으로 생산거점을 늘리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던 삼성SDI가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GM은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 북미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현지에 총 145GWh 규모로 3대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삼성SDI가 새로운 파트너로 떠오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전기차 시장이 꾸준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완성차 업계의 시장 선점 경쟁이 격화되고 이에 따라 배터리 공급 파트너와의 동맹도 다양한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GM의 경우 자체 전기차 플랫폼에 파우치형, 각형, 원통형 등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셀을 적용할 수 있어 파우치형과 원통형을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에 더해 각형과 원통형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삼성SDI를 파트너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테슬라를 비롯해 완성차 업계가 원통형 배터리 탑재 전기차를 늘리는 추세인 만큼 원통형 생산을 강화해온 삼성SDI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SDI와 다른 완성차 업체의 추가 합작 전망도 나온다. 기존 주요 고객사인 BMW, 볼보자동차 등이 거론된다. 다만 삼성SDI는 이미 헝가리 공장 증설을 통해 BMW, 스텔란티스 등 고객사의 유럽용 물량에 대응하고 있다.
볼보자동차가 언급되는 것은 기존 상용차 고객사인 볼보와 동일한 사명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다음주 CEO 방한을 앞둔 만큼 경영진이 국내 배터리사와 협업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볼보자동차는 2010년 중국 길리(지리)그룹으로 팔려 상용차 사업을 영위하는 볼보그룹과 분리됐다.
이처럼 삼성SDI의 합작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자금력이 충분하며 고성능·고부가 제품부터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까지 기술 경쟁력이 우수하기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대규모 해외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에 비해 투자 여력이 있고 전기차 성능을 담보할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할 수 있어 매력적인 파트너 대상이라는 분석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20조1241억원, 영업이익 1조8080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8.5%, 69.4%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고부가 제품 P5 등을 앞세워 약 9%의 영업이익률을 달성, LG에너지솔루션(4.7%)을 비롯한 경쟁사를 크게 웃도는 수익성을 나타냈다.
제품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도 꾸준히 강화해 2017년부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투자를 경쟁사 대비 높은 평균 6%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올해 상반기 업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생산라인을 지어 하반기 시제품 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삼성SDI의 합작 투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의 최근 3년간 설비투자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는 유사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그만큼 재무 여력이 존재하며 추가적으로 SDC지분(장부가 4조8000억원)까지 고려하면 가장 투자여력이 많은 기업”이라며 “아직 북미에 배터리 JV(합작법인)를 설립하지 않은 완성체 업체들의 가장 우선적인 고려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그동안 경쟁사에 비해 증설에 소극적이었지만 이번 합작 결정이 보도대로 진행된다면 시장에서는 삼성SDI의 향후 생산능력 증설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