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발표 앞두고 관련 업계 촉각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발표를 앞두고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폐배터리 재활용 의무 요건이 법안에 담길 가능성이 높아 업계가 관련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다음달 14일 CRMA 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 배터리 핵심 원자재의 중국, 러시아 의존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 역내 핵심 원자재 조달 비율을 높이는 내용이 골자다. 미국 IRA와 비슷하게 EU 내에서 생산된 원자재를 사용한 제품에만 세액공제·보조금 등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CRMA에는 순환경제 시스템 강화와 핵심광물의 역내 조달 비율을 높이기 위해 폐배터리의 재활용 의무화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해 3월 EU는 폐배터리 회수율 목표를 높이고 재활용 원료 비율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속가능 배터리법 수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또한 지난해 EU 집행위는 법안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는데 유럽충전식리튬배터리산업협회가 역내 배터리 재활용 산업의 구축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국내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IRA 등 미·중 시장 변화에 대응해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와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을 추진해왔지만, CRMA가 폐배터리 재활용 요건을 내걸 경우 이에 대응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하는 입장이다.
폐배터리에서 코발트, 구리, 니켈, 리튬 등을 추출해 재활용하면 천연 광물 상태에서 채굴하는 것보다 정제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버려지는 배터리로 인한 환경문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따라 폐배터리 시장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관련 기술 경쟁력 확보에 팔을 걷고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 3조원에서 2030년 12조원으로, 2040년에는 87조원 규모까지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포스코홀딩스, 성일하이텍, 에코프로, 고려아연 등 기업들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에 6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하고 황산니켈을 10년 동안 공급받기로 했다. 또 삼성SDI는 국내 재활용 업체 성일하이텍 지분을 보유, 천안·울산 공장에서 발생하는 불량품 또는 폐기물을 성일하이텍에 보내 재활용하고 있다. 원자재 회수율 향상, 저비용 친환경 소재 회수 기술 등을 개발하기 위해 리사이클 연구 랩을 신설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2월 BMR 사업과 관련해 시험 생산 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올해 성일하이텍과 폐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2025년에는 첫 상업공장 건설을 목표로 세웠다.
포스코는 지난해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법인 ‘포스코HY클린메탈’을 세우고 최근 재활용 공장을 가동했다. 지난 1월에는 폴란드 브젝돌니시에 폐배터리 PLSC 공장을 준공, 포스코HY클린메탈이 여기서 회수·분쇄한 폐배터리에서 원재료를 추출한다.
한편 업계에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폐배터리 관련 안전·성능 기준이 마련돼야 하고 폐배터리 수거·재활용이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기까지 시장 부양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