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세우고 지켜 보겠다" 한국은행 기조 유지 기반
2월 물가 4.8% 상승…10개월 만에 '4%대'로 둔화
한미간 금리차 우려 지속…"과거 달러 강세와 달라"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정우교 기자] 다음달 11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 한 달이나 남았지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최근 '최종금리 상향'을 시사하면서 한미간 금리가 지금보다 더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에선 한미간 금리차에 따른 자금 유출,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금통위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에도 금통위가 다음달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낮다는게 현재 대부분의 의견이다.
가장 큰 이유는 금통위의 기조다. 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그간의 인상결정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지난해만 3%포인트를 급격하게 끌어올렸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이야기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같은달 외신 인터뷰를 통해 "안개가 가득하면 차를 세우고 지켜보는게 낫다"고 했다. '물가 불확실성'을 '안개'로, '동결 결정'을 '차를 세웠다'로 비유한 것이다.
이중 '안개'는 최근 조금씩 걷히는 모양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개월 만에 5%대에서 4%대로 둔화돼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2월 물가는 전년보다 4.8% 상승했다. 전월(5.2%)보다 0.4%포인트 둔화된 수준으로 축산물, 석유류의 하락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는 작년 4월(4.8%) 이후 코로나 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일년 내내 5%를 웃돌았다. 같은해 6월, 7월엔 6.0%, 5.7%까지 뛰면서 금통위는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 금리인상을 시작한 이래 추세적인 하락세가 관측된 만큼 4월 동결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이 총재가 그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인플레 파이터' 역할을 자처해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달리 최근 시장에서 금통위 인상 관측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연준의 긴축기조 영향이다.
특히 제롬 파월 의장이 최근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나와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고,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금통위도 금리를 따라 올려야 하는게 아니냐는 결론이다.
만약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상향 조정하면 한미간 기준금리 차이는 1.25%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벌어진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4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이 5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두 나라간 금리 차이는 2%포인트 이상이 된다.
금리 인상 관측은 이때 자금 유출과 환율 상승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됐다. 8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 대비 22원(1.69%) 오른1321.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만 48.8원 뛴 상승세다.
다만, 이 총재는 최근 환율의 변동성은 금리보다 미국의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주요 원인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만약 불확실성이 커지거나 환율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정부·금융당국은 갖고 있는 대책들을 전개하겠다고도 했다.
최종금리 수준이 이전 전망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파월 의장의 발언도 이미 지난달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언급돼있는 내용이다. 파월의 긴축적인 발언, 연준의 기조를 고려해야 하지만, FOMC 빅스텝에 기계적인 대응으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의 의견도 이 총재와 유사하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간 금리 격차 확대는 환율 변동성의 한 요인일 뿐, 지금은 달러 방향성이 환율 변화의 주요 원인이다"라며 "금리 차가 2%포인트 이상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이보다 강달러의 추가 지속 여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달러화 독주는 연준의 독보적인 긴축 속도로 인해 주요국과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과 차별화됐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유로존의 에너지 수급 이슈 등이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올해는 중국의 리오프닝, 비교적 양호한 유로존 경제, 매파적인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BOJ) 정책 기조 변화 등이 달러화의 나홀로 강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