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협의 없이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인상...3.3㎡당 465만원→540만원"
시공사, "원자재값 상승분 고려…타 현장 대비 낮은 공사비 책정"
[데일리한국 김명호 기자]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울 양천구 '신목동 파라곤'(신월4구역 재건축사업) 추가 공사비 분담 문제를 두고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과 조합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9일 오전 찾은 서울 양천구 신월동 소재의 신목동 파라곤아파트는 모든 입구가 차량과 컨테이너로 막혀 단지 내로 출입이 불가능했다. 아파트 곳곳에는 경비원들이 배치돼 외부인의 출입을 원천 차단했다.
또한 단지 내부에는 통행을 방해하려는 듯 건설자재가 통로 사이마다 놓여 있었고 단지 외부에는 출입 금지 라인이 둘러져 있었다.
지난달 초 동양건설산업이 원자잿값 상승 등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분 약 100억원을 조합에 추가로 요구했으나 조합은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시공사 측에서 유치권을 행사해 입주를 막은 것이다.
조합은 시공사가 제시한 추가 공사비가 계약서 상 확정된 내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춘옥 신월4구역 재건축조합장은 "계약서에는 소비자물가지수가 3% 이상 증가했을 때 공사비를 협의 조정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며 "공사비는 상호가 협의할 내용인데 건설사가 일방적으로 금액을 제시한 뒤 조합이 받아들이지 않자 유치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조합은 지난달 24일 시공사가 입주를 방해하는 내용에 대해 업무방해 가처분 소송을 신청했다. 시공사 측의 변론이 오는 13일로 미뤄지면서 이르면 15일경 소송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유 조합장은 "건설사가 일반 분양자를 볼모로 삼았다"며 "재판 결과에 따라 일반 분양자가 먼저 입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형사고발도 생각하고 있지만 건설사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반면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은 이 상황에 대해 억울하단 입장을 보였다. 시공사는 추가 공사비에 관해 지속적으로 조합에게 협의를 요청했으나 조합이 이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조합이 일반분양자 뒤에 숨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일방분양자를 포함한 3자 회의를 조합 측에 제안했으나 묵살 당했다"며 "조합은 문제가 해결된 척하며 일반분양자를 대상으로 입주 일정을 접수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 이유로 "일반분양자의 민원을 볼모로 건축물을 점유해 준공에 따른 이익을 취하고 지급할 공사비를 삭감해 손실을 시공사에 떠넘기려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한 동양건설산업은 추가 공사비로 제시한 약 100억원의 금액이 타 현장과 비교해 낮은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착공 및 준공시기가 유사한 둔촌주공아파트의 경우 물가 변동 적용 조항이 없음에도 3.3㎡당 600만원에서 689만원으로 인상했다"며 "우리 현장은 공사비 인상분을 반영하더라도 540만원 수준으로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비교했다.
또한 그는 “해당 금액은 손실금액의 일부로서 당사가 손해를 감수하고 책정한 것”이라 반박했다.
조합과 시공사 사이의 분쟁으로 인해 정작 피해를 입는 건 일반분양자들이다. 시공사에서 입주를 막아 입주일이 지연되면서 일반분양자의 은행 대출이 막히는 등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분양자 대표 A씨는 "건설사가 조합원이 아닌 입주민에게까지 유치권을 행사하며 입주를 막는 것은 불법이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입주가 막히면서 은행 대출이 막히거나, 당장 거주할 곳을 못 찾아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일반분양자 B씨는 “내일이 입주 예정일이지만 당장 입주할 수가 없다”며 “입주가 막혀 이삿짐을 보관센터에 보냈다”고 토로했다.
B씨는 “당장 갈 곳이 없어 주말까지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 가족과 함께 숙박할 예정이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