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019년 기습 단행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해제
한국, 발빠른 조치로 피해 최소화…일부 소재 국산화 성과 남겨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한 가운데 그동안 일본의 규제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준 부정적 영향은 우려만큼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2019년 7월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섰다. 한국 대법원이 2018년 10월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피고 기업이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였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날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에 취한 수출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약 4년간에 걸친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가 오히려 오늘날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는 한국에 '날벼락'같은 소식이었지만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는 곧장 핵심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와 조달처 다변화를 시도했다.
일본산 액체 불화수소 일부를 국산화하는 한편 중국산 등으로 대체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시 SK머티리얼즈가 생산한 기체 불화수소를 공정에 투입했다. 소재를 바꿀 때 진행하는 테스트 기간도 크게 단축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했다.
SK머티리얼즈는 불화아르곤(ArF)용 포토레지스트 개발에 착수했다. 반도체업계는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일본 기업 JSR과 벨기에 연구센터 IMEC가 합작해 설립한 포토레지스트 업체로부터 수입하는 등 공급처를 바꿔 대응했다.
미국 화학소재 기업 듀폰은 우리나라에 EUV 노광공정용 포토레지스트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우리나라 기업인 동진쎄미켐은 불화크립톤(KrF), Arf용 등 포토레지스트 생산을 늘려 국내 반도체 소재 공급망 강화에 힘을 보탰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이후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에 생긴 변화에 대해선 위기를 극복해냈다는 기쁨과 함께 얼어붙은 양국관계에 대한 안타까움이 공존한다. 일본은 2019년 기준 전 세계 불화 폴리이미드와 포토레지스트의 90%, 불화수소는 70%를 생산하는 국가였다.
특히 EUV용 포토레지스트의 국산화는 현재까지도 난제로 남아있다. 이밖에 고순도 또는 고부가 소재에서는 아직도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소부장넷'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0대 소부장 기술 관련 수입에서 일본 비중은 2018년 32.6%에서 2022년 21.9%로 10.7%포인트(p)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제한이 결과적으로는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를 강하게 만들었다"면서 "우리나라는 반도체 소재에 대한 공급망 다변화를 장기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