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DB 등 증권사 8곳 수장 교체
"큰 변화보다는 내실 다기기에 집중"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증권사 정기 주주총회가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올해 새로운 CEO(최고경영자)를 맞이한 증권사들이 다수 나왔다. 증권 업황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새 CEO들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 DB금융투자, SK증권, IBK투자증권, 토스증권,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최근 수장을 교체했거나 교체할 예정이다. 대형 증권사들이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하면서 CEO를 연임시킨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에서는 변동이 도드라졌다.
다만 중소형 증권사 역시 급격한 변화보다는 약점 극복이나, 현재 처한 상황을 타개할 인물을 수장으로 선임했다. 업계에서는 위기 속에서 증권사들이 변화의 카드를 꺼내든 만큼, 신임 CEO의 어깨 또한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의 인사는 내실을 다지는 것에 집중된 모습이다"라며 "영업 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새 CEO들은 수익성 방어와 함께, 장기적으로 신사업 발굴에도 나서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이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증권사별로는 먼저 다올투자증권이 황준호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이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해 레고랜드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지만, 최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급한 불을 끈 상태다. 황 대표는 유동성 위기를 조기에 마무리하고, 내부 정비 및 신성장 동력 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DB금융투자는 곽봉석 대표를 선임했다. 곽 대표는 IB 분야, 특히 PF에 강점을 갖고 있다. DB금융투자는 곽 대표가 금융투자업계에 대한 이해도와, 업무 경험 및 전문성을 바탕으로 회사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IBK기업은행 행장 인선 지연에 따라 수장 선임이 미뤄졌던 IBK투자증권도 1년 만에 서정학 대표를 맞이했다. 서 대표는 IBK투자증권의 실적 개선을 위해 IB 역량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IBK금융그룹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한편, 차별화된 사업모델을 구축해 공공성과 수익성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서 대표는 취임사에서 "한때 수익의 원천이었던 사업이 시장 상황에 따라 엄청난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며 "리스크는 수익의 원천인 동시에 관리해야 할 대상임을 명심하고, 편중된 수익구조를 다변화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SK증권은 31일 정기 주총에서 김신 대표의 연임과 전우종 대표를 새로 선임해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해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된 SK증권은 리스크 관리에 강점이 있는 전 대표를 선임하면서 책임경영 강화 및 의사결정의 산속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증권은 강성묵 대표를 선임했다. 은행과 자산운용 등 경력을 보유한 강 대표는 IB에 치중된 하나증권의 업무 비중을 리테일과 WM 중심으로 확대할 임무를 맡았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증권업계 전문가인 한두희 신임 대표에게 트레이딩 부문을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토스증권은 이번에도 비금융권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이한다. 토스증권은 그동안 전략적으로 맞춤형 CEO를 등용했기 때문에, 신임 김승연 대표도 토스증권의 향후 먹거리를 키우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에 전반적인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으나, 더욱 큰 문제는 향후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라며 "증권사들이 취약 부분이나, 특정 사업을 겨냥해 CEO 인사를 진행하면서 향후 성과도 양극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