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등급 전망 '부정적'으로 하향..."수익성 부진 지속"
업무 분장 아닌 공동경영 선택해 신속한 의사 결정 도모

SK증권 본사. 사진=SK증권
SK증권 본사. 사진=SK증권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수익성 저하와 우발채무 확대 등 위기에 직면한 SK증권이 각자대표 체제 전환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한다.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김신 SK증권 사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정기 주주주총에서 연임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SK증권은 지난해 12월 선임된 전우종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를 완성했다.

SK증권은 각자대표 체제를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경영 판단에서 두 대표가 모두 경영 사안에 의사결정권을 갖게 되며, 업무 분장은 따로 계획하고 있지 않다.

이는 통상적인 각자대표 체제 증권사들과는 다른 행보다. 대부분의 각자대표 체제 증권사들은 담당 분야가 확실하게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KB증권은 박정림 대표가 리테일·WM 부문을, 김성현 대표가 IB 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또 지난해 단일대표 체제로 전환된 신한투자증권 역시 기존 이영창 전 대표가 WM 부문을, 김성태 대표가 IB 부문을 맡았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사업 부문별로 대표간 업무가 나눠져있지는 않지만, 최현만 회장이 큰 차원에서 경영총괄을 맡고 이만열 사장이 사업과 투자전략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SK증권은 증시 침체와 금리 인상 등으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으로 각각 179억원, 8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4.8%, 79.2% 급감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위탁매매 부문에서 당기손이익이 2021년 -127억원에서 지난해 -396으로 적자가 확대됐고, 자기매매 부문의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97% 감소했다. 반면, IB 부문은 전년 대비 47% 순이익이 늘었다.

실적 부진과 함께 고정비 비중이 높은 점이 지속적으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SK증권의 평균 판관비·영업순수익 비율과 ROA(총자산수익률)는 각각 91%, 0.3%로 업계 대비 저조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PF(프로젝트파이낸싱) 익스포저 관련 재무건전성 관리 부담도 여전하다. 익스포저는 자기자본 대비 50.2% 수준인 3050억원 정도지만, 이 중 PF 브릿지론 비중이 34%, 변제순위상 중·후순위 비중이 77%로 질적 위험이 높다. 

이에 한기평은 SK증권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유사한 이유를 들어 SK증권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정효섭 한기평 연구원은 "SK증권은 높은 고정비 비중과 비경상 비용 부담으로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분투자와 우발채무 확대로 자본적정성이 저하된 가운데, PF 익스포저 관련 재무건정성 관리 부담이 상존한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SK증권이 각 대표의 업무 분장이 아닌, 공동 경영을 선택한 만큼 시너지 창출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두 대표가 따로 업무를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사업부에서 각 대표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며 "다만, 실적 악화 시 책임 소재를 찾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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