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민주당 행보 진보당, 민주당에 거리 두는 정의당
정의당 “제3당으로서의 자기 목적 상실 우려”
[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진보당의 약진이 주목받고 있다. 이틀 전 치러진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강성희 진보당 후보가 당선돼 국회에 진출하면서다. 진보당은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도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을 포함해 21명의 당선자를 냈다. 당시 8명 당선에 그친 정의당을 고려하면 선전한 셈이다.
진보당은 이번 선거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내년 총선에서의 국회 재진입도 도모하고 있다. 7일 강 의원은 당선 이후 첫 행보로 광주 북구에 위치한 5‧18 국립묘역과 민족민주열사 묘역 참배 현장에서 “2024년 총선은 한국 정치사의 가장 큰 획을 긋는 선거가 될 것”이라며 “강력한 새로운 대안정당의 출현은 패거리 정치, 기득권 담합 정치로 찌든 한국 정치를 밑둥부터 흔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당 측도 참배 취지에 대해 “진보당이 새로운 백년을 열어가는 대안정치 세력으로 자기 역할을 다하기 위해 2024년 총선 승리를 결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보당이 이번 선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내년 총선에서 정의당과 ‘제3 정당’을 놓고 경쟁구도를 형성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또 진보당과 정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 등에서 각각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강 의원은 지난 5일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득표율 38.07%를 얻어, 32.11%를 얻은 임정엽 무소속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선거는 민주당이 재선거 사유 제공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차원에서 무공천을 결정하고, 정의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졌다. 강 의원과 국민의힘‧무소속 후보 총 6명이 경합했다.
진보당은 최근 ‘친민주당’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강 의원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에 대해 “새 전주를 위한 통큰 양보! 민주당 고맙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건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강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반대 시위에도 참여했다.
강 의원은 당선 이후인 이날에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 반대와 쌍특검 즉각 도입은 저의 메시지이기도 하고 진보당의 당론”이라고 말하며 민주당 친명계와 궤를 같이 하는 주장을 보였다.
반면 정의당의 경우 진보당과 달리 민주당과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민주당 2중대’로 불리며 진보정당 정체성을 명확히 확립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다. 정의당은 최근 이른바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김건희 특검법)’,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등과 관련해서도 민주당과 입장차를 보여 왔다.
정의당이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진행하고 있는 재창당 과제 중 하나도 ‘민주당 2중대론 탈피’다. 정의당은 ‘재창당 전국대장정’을 이달 27일까지 하고 올해 9월 1단계 재창당 작업을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만큼 정의당은 진보당의 친민주당 행보에도 “우려스러운 지점이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의당 한 관계자는 ‘데일리한국’과의 통화에서 진보당의 친민주당 기조에 대해 “정의당을 의식한 행보로 볼 수밖에 없다”며 “외부의 평가에서는 정의당이 민주당과의 교차 투표층에서 어느 정도 정치적인 득을 봐 왔다는 평가들이 있는데, 진보당은 그런 정의당의 위치를 본인들이 대체할 수 있다고 보고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그렇게 되면 진보정당으로서, 제3당으로서 국회에서 분명하게 해야 할 역할들이 있는데, 단기적 이익 때문에 제3당으로서의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자기 목적을 상실하게 되는 모양이 되기에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진보당과 내년 총선에서 경쟁구도 형성이 예상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진보당과 정의당이 노동‧기후‧불평등 등의 문제에 있어서 공통점이 있으니 의견이 같은 부분은 같이 가고, 나머지 의견이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경쟁할 것”이라며 “경쟁할 것은 경쟁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것은 진보당이어서가 아니라 민주당이나 기본소득당 등 다른 어느 정당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