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발언 논란 국민의힘, ‘사법리스크’ 민주당
“여야 모두 싫다” 무당층 늘려
[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제3지대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거대 양당에 실망을 느낀 무당층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안 세력으로서의 신당 창당이 주목받는 모양새다. 새로운 당이 출현할 수 있을 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이와 별개로 무당층이 늘어나고 제3지대가 늘어나는 배경에 정치권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태섭, '신당 창당' 뜻 보여…김종인 “돕겠다”
금태섭 “신당, 인물 중심으로 가선 실패…정책‧가치 중심”
‘제3 지대론’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첫 토론회가 열리며 고개를 들었다. 이 토론회는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정의당 전‧현직 인사들이 새 정치 세력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토론회 주최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이 자리서 양당과는 다른 새 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금 전 의원은 토론회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총선에서 30석 정도를 차지할 수 있는 정당이 나타난다면 한국 정치를 밑바닥부터 바꾸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당 창당 시기와 관련해서는 “2012년부터 ‘제3지대 운동’에 관여하거나 지켜본 바에 따르면 서둘러서 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저는 그 길(신당 창당)을 걷겠다고 했고, 당을 만드는 것은 차차 준비되면 말하겠다”고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금 전 의원을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토론회에서 “진보와 보수 정당이 20년 동안 교대해서 집권했는데 우리가 당면하는 문제를 하나도 해결한 게 없다”며 새로운 정치 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나는 더 이상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며 신당 참여에 선을 그으면서도 “금 (전) 의원께서 용기를 가지고 그런 시도를 하니까 내가 옆에서 좀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도우려는 생각이다”고 토론회 직후 기자들에게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인물이 아닌 정책‧가치 중심의 신당을 구상하고 있다는 뜻도 밝혔다. 금 전 의원은 토론회 직후 기자들에게 “각 정당들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정치가 어떤 문제를 다뤄야 하는 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이 사람이 너무 훌륭하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당 참여자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데) 열린 마음을 가지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거기서 뭐가 만들어지는 것이지, 인물 중심으로 가서는 실패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당 창당에 좋은 여건”vs“제3지대 실패 반복”
토론회 참가자 중 일부는 무당층이 증가하는 지금이 신당을 창당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분석했다. 지난 14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무당층은 29%를 차지했다. 민주당은 36%, 국민의힘은 31%로 집계됐다. 조사는 지난 11~13일 성인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지난해 4월 2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무당층 15%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사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토론회에서 금 전 의원과 함께 발제자로 참여했던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스타트업 정당 정치세력엔 좋은 여건”이라며 “기존 양대정당이 국민들로부터 많은 불만‧불신, 적대감까지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꿈꾸면 새로운 정치 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앞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도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수도권이 121석인데, 좋은 후보자들이 나오면 수도권에 30석 정도도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3지대가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자리 잡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제3지대는 총선을 어느 정도 앞두고는 주목을 받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거대 당에 흡수되거나 소멸하는 현상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무당층의 고단함과 불신 정면으로 마주해야"
이런 상황에서 제3지대 현실화 여부와 관계없이, 무당층이 늘어나고 신당 창당이 부각되는 이유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들이 양당 모두에 염증을 느낀 것이 무당층 증가의 요인으로 꼽히면서다. 국민의힘은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 지도부의 잇단 발언 논란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에 더해 최근 ‘2021년 전당대회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위기에 내몰렸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정치로부터 소외된 무당층의 고단함과 불신을 우리는 이제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토론회에서 “(이대로라면 총선에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면서 견제를 위해 야당에 표를 달라고 호소하고, 반대로 국민의힘은 윤 정부에 힘을 실어 달라면서 표를 얻으려고 할 것”이라며 “총선 이후 다음 대선까지 3년간 여야는 진짜 중요한 문제는 다루지도 못한 채 서로 비난만 퍼붓다가 대선을 맞아 ‘그래도 우리가 낫지 않느냐’며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암울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