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논의 앞두고 시급 1만2000원 요구
편의점주들 "인건비·전기료·임대료 감당 못해…막막하다"
[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곧 열리는 가운데, 시간급 기준으로 사상 처음 1만원을 넘을지를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만원 돌파에 대한 찬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편의점주 등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은 커지는 압박에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일 고용노동부 소속 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1차 전원회의를 지난 18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노동계가 특정 공익위원의 자격론을 제기하면서 회의장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불발됐다.
이들은 빠른 시일 내 고용노동부 세종청사에서 회의를 열 예정이다.
올해 주목할 점은 내년 최저임금이 사상 첫 시급 1만원을 넘을지 여부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약 25% 인상된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했다. 이는 올해보다 24.7% 높은 수준으로, 고물가 속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자영업자 등의 지난 5년간의 가파른 인상과 경영 부담을 고려해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전년 대비)은 2019년 10.9%, 2020년 2.87%, 2021년 1.5%, 2022년 5.05%, 2023년 5.0% 등이었다.
최저임금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편의점 업계다. 대부분 24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하루 8시간 기준 평일 5일을 모두 출근했다면 하루치에 해당하는 주휴수당을 보장해야 하며, 야간수당은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1.5배를 지급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주휴수당도 덩달아 늘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임금은 훨씬 더 많아진다.
서울 중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한 집 걸러 한 집으로 경쟁사 편의점들이 즐비한데 매출이 제대로 나오겠냐”며 “매출 뿐만 아니라 저도 그렇고 다른 곳들도 인건비 감당이 안 돼서 점주들이 풀타임 근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인건비뿐만 아니라 기타 점포 운영비용이 크게 늘면서 부담감이 커졌다.
특히 치솟는 전기료가 문제다. 편의점주협의회 등에 따르면 점포당 월평균 전기료는 최소 100만원 수준이다. 면적이 넓은 매장은 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납부해야하기도 한다.
점주들은 정부가 ‘주휴수당’을 폐지하고, 최저임금도 업종이나 지역별로 차등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고 임대료, 가맹점 수수료, 전기료 등까지 지불하면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본사도 최저임금 동결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본사 역시 매년 가맹점 상생안을 발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경제 불황 속에서 점주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줄 수 있는 막대한 비용을 계속 지원하기란 쉽지 않은 탓이다.
편의점 본사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은 어떻게 보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인상폭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본사와 가맹점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별도의 혜택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커피, 치킨, 햄버거, 레스토랑 등 알바생을 채용하지 않으면 운영이 어려운 외식업계 등도 비슷한 입장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B씨는 “우리 매장에서만 일하는 알바생들이 10명은 훌쩍 넘을 것”이라며 “물가도 많이 올라서 손님들도 뚝 떨어졌는데 알바생들을 챙기는 게 점점 버거워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며, 장관은 오는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