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정당한 징계 조치...이에 대한 반발로 보여”
노조 측 “본사와 현업 직원 간 차별...사장이 면담 거부”
업계 “능력 위주 인사와 안전 강조 분위기 이해 필요”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고속철도 SRT 운영사 에스알(대표 이종국, 이하 SR)의 노사 간 알력이 소송전으로 번졌다.
SR 노조 측은 이종국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과 직원 23명을 고발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사측은 내부 감사에 따라 노조원에 대한 징계와 업무보완을 마쳤는데, 노조 측이 뒤늦게 소송을 걸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본사 직원과 현업 직원 간 차별을 좌시할 수 없어 사장 면담을 추진했지만 좌절돼 소송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노조가 대표와 경영진, 노조원까지 고소한 사건의 발단은 야근수당 부정수급자에 대한 회사의 처분이었다. SR은 지난해 본사 직원의 신고로 내부 감사를 진행한 끝에 야근수당 부정수급자를 적발해 4명에 대해 정직 3개월과 견책, 나머지에 대해 주의 등 징계 처분을 내렸다.
노조는 이를 본사 직원을 감싸는 송방망이 처벌일 뿐만 아니라 현업 직원과의 차별로 봤다. 노조 관계자는 “기관사, 객실장 등 현업 직원이 잘못하면 가혹하리만큼 처벌하면서 본사에서 내근하는 직원에 대해 관대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감사 의견에 따라 충실히 처분했으며 2월에 취한 처분조치를 4월에 문제삼아 본사 직원 23명과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고발하는 일은 온당치 못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대표이사 면담을 추진해왔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표면 상 야근수당의 부정수급이 원인이 됐지만 기저엔 본사와 현업 직원 간 오랜 알력이 원인이라고 철도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본사 직원이 현업 직원보다 승진 빈도가 많다. 현업 직원이 본사 직원보다 월등히 많기 때문에 현업 직원은 평점을 얻을 기회가 적은 반면, 본사 직원은 승진 기회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노조의 입장에선 이같은 현실을 차별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관련업계의 한 관계자는 SR 노조의 경우 '세 과시' 차원에서 경영진의 인사권에 개입하기도 했던 관례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신임 이종국 사장이 들어선 이후 노조의 인사 관련 요구가 통하지 않자 노조가 대표와 경영진, 소속 노조원을 고발하는 극단까지 흘러 간 것이란 해석을 내놓았다.
SR 노조는 이와 대해 “경영진과 노조 간 인사 거래는 옛말”이라며 “인사 관련해 노조의 호소가 있었다면 본사 직원의 경우 빠르면 30대에 5급으로 승진하는데 반해, 현업 직원은 그렇지 않아 이를 시정해줄 것을 요구하거나 현업 직원의 징계 시 수위를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회사 회식 후 귀가 시간을 놓친 현장 직원이 휴게실에서 잤다는 이유로 회사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도 처벌받은 적이 있다“며 “이번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의) 인사조치가 아니며, 핵심은 본사와 현업 직원 간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SR의 노사 간 대립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무엇보다 누워서 침뱉기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현장 안전이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에서 현업 직원의 잘못을 엄단하는 것은 안전관리 강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사측이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회사는 전체 임직원이 손발을 맞춰 나갈 때에만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 대표와 경영진이 노조를 보듬어야 하는 이유다.
업계의 우려와 별개로 SR 노사 간 대립은 경찰조사까지 이어지고 있다. 철도를 낭만의 상징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과 달리 SR 내부에선 서로를 흠집내기 위해 싸움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