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 9월부터 코레일 단독운영 고속철도 노선서도 운행 시작
철도노조, 국토부의 SR 출자 ‘불가’...고속철도 단일 운영 지지
국토부, "공기업 이원화로 고속철 건설 부채 상환 구조 마련"

국토부와 철도노조의 대치가 일촉즉발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토부와 철도노조의 대치가 일촉즉발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오는 9월부터 고속철도 SRT 운영사 에스알(이하 SR)의 전국 노선 운행을 앞두고 전국철도노동조합(이하 철도노조)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철도노조는 SR에 대한 국토부의 출자를 '민영화로 가는 가교'라고 주장하며 6월 투쟁을 선언했다. 이에 반해 국토부는 SR에 대한 출자는 병목 구간 해소를 위한 차량 구입용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와 철도노조 간 최근 갈등은 작년 11월 16일 ‘코레일-SR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에 대한 거버넌스 분과위원회(이하 분과위)’에서 철도노조를 대표하는 위원이 사퇴한 것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철도노조 대표 위원이 불참한 최종 회의에서 국토부는 철도산업 구조개혁을 위해 코레일-SR로 대표되는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가 필요하다고 결론냈다.

이후 국토부는 올해 4월 5일 당정협의회를 거쳐 SR이 오는 9월부터 호남고속선에서 경전선(창원·진주), 전라선(순천·여수), 동해선(포항)을 운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기존엔 호남고속선에서 코레일이 일반열차, 준고속열차, 고속열차를 모두 단독으로 운행해 왔는데, 올해 추석부터 고속철도의 경우 SR도 운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이용 가능한 고속철도 편성이 늘어나는 이점이 있다. 

철도노조가 국토부에 맞서 ‘6월 투쟁’을 직접적으로 선포한 계기는 SR에 출자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국토부는 지난 9일 SR에 대한 출자를 가능하게 한 ‘국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SR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코레일 41%, 사학연금 31.5%, 기업은행 15%, 산업은행 12.5%다. 이 가운데 사학연금, 기업은행, 산업은행은 2014년 코레일과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맺고 SR에 지분 투자를 했다. 이들 세 기관은 풋옵션 만기일인 내달 17일을 앞두고 풋옵션을 행사할 방침인데, SR은 원리금 225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 SR이 원리금을 지급하면 부채비율이 150%를 넘어 철도사업자 면허를 잃을 수도 있어 국토부는 SR에 출자를 결정했다. 

철도노조는 정부의 SR에 대한 출자를 민영화 수순으로 봤다. ‘민영화’는 철도노조엔 역린과도 같은 단어다. 철도 민영화는 노무현 정부부터 추진됐는데 이명박 정부들어 급물살을 타자 철도노조는 “대기업에 철도 운영권을 주려한다”며 반대했다. 결국 SR은 박근혜 정부 때 준시장형 공기업 지위를 얻게 됐다. 이는 코레일과 같은 법적 지위로, 일부 SR 관계자가 "철도노조 덕분에 공기업이 돼 감사하다”고 말하는 근거다. 

이런 의미가 담긴 ‘민영화’라는 용어를 철도노조가 꺼내자 국토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SR에 대한 출자는 평택~오송 병목현상 해결을 위해 지하에 설치되는 또하나의 철도길(평택~오송 2복선화 사업)에 쓰일 고속철도 차량 구입에 쓰인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규모는 1조원 정도로 알려졌다. 고속철 병목현상 해결로 철도이용객의 편익 증진에 사용될 자금인데, 민영화 논리를 앞세운 철도노조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2013년 6월 발표된 철도산업 발전방향 요약. 표=국토부 제공
2013년 6월 발표된 철도산업 발전방향 요약. 표=국토부 제공

한국의 철도여객운송사업자를 복수로 두겠다는 국토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코레일-SR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가 국민 편익 증진과 건설부채 상환에 효과적이라고 분과위가 평가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옛 철도청은 1993년 누적부채 1조5000억 원을 탕감한 바 있고, 철도청 경영개선 5개년 계획에 따라 5년 간 총 3조1384억 원 규모의 운영지원금을 투입했지만 매년 적자가 발생해 2002년에도 누적부채가 1조5000억 원 발생했다. 

이후 국토부는 철도 국유·국영체제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4년 철도산업구조개혁기본계획을 수립해 철도 건설과 운영을 분리하고, 운영체제도 철도청(정부기관)에서 코레일(공기업)로 전환했다. 

공기업 운영체제로 개편했지만 코레일의 운영독점에 따라 철도운영의 비효율이 철도 건설부채 누적으로 이어졌다. 2005년 코레일 출범 이후 2012년까지 정부에서 4조3000억 원을 지원했지만 매년 5000억 원 내외의 영업적자가 발생, 부채가 2005년 5조8000억 원에서 2012년 11조6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적자가 누적된 이유는 고속철도의 부채 상환 구조에 있다. 고속철도는 철도운영기관의 매출(선로사용료)로 건설부채를 상환하는 구조인데 코레일의 영업적자가 지속되자 건설부채의 이자도 상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연속됐다. 

국토부는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건설부채 상환구조를 마련하고자 2013년 철도산업 발전방안을 수립하고 같은해 12월 SR을 설립했다. 3년 뒤인 2016년 12월 수서발 고속철도를 개통해 SRT 운행을 시작했다. 

철도산업 구조개혁 요약. 그림=국토부 제공
철도산업 구조개혁 요약. 그림=국토부 제공

국토부는 SR을 설립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분과위에 따르면 코레일과 SR의 경쟁체제 하에서 ▲운임 할인으로 이용자에게 연평균 1506억 원의 추가 할인혜택을 제공했고 ▲전체 고속철도 서비스의 양적 확대와 품질 향상이 지속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레일은 KTX 마일리지 제도를 부활했고 SR은 SRT 운임을 KTX 대비 10% 인하하는 방식으로 운임을 할인했다. 

아울러 SRT에 KTX보다 높은 선로사용료를 징수해 막대한 고속철도 건설자금 부채를 상환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KTX는 운송수입의 34%를 부채 상환에 사용하는데, SRT는 운송수입의 50%를 사용해 가능한 일이었다. 선로사용료는 코레일 독점 시기 연간 5000억 원이었는데 SR이 들어선 후 연간 75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분과위는 또다른 결론도 내놓았는데, 코레일과 SR을 통합해 고속철도를 운영하면 공기업 경쟁체제로 발생하는 ▲연간 406억 원에 달하는 중복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원화된 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이용자 불편사례도 해결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두 기관을 통합 운영하면 KTX-SRT 간 승차권 변경이 불가능하고, SRT-일반열차 간 환승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점은 공기업 경쟁체제보다 철도교통의 공공성을 중시한 문재인 정부가 KTX-SRT 통합을 추진하는 논리가 됐고, 철도노조는 이를 ‘고속철도 일원화’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원희룡 장관이 지휘하는 국토부는 KTX-SRT 복수 운영에 손을 들어줬고 국토부가 SR에 출자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철도노조는 지난 19일 서울역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열고, 6월 8일 준법투쟁, 6월15일과 28일 철도노동자 총력 결의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SR이 운영하는 SRT. 사진=SR 제공
SR이 운영하는 SRT. 사진=SR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