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래, 사과문 발표...'회장직 사퇴, 매각대금 사회환원'
반응 없는 김영민 회장...주주들은 도의적 책임 요구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4일 오후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SG증권발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 회견을 열고, 회장과 이사회 의장직을 모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진=데일리한국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4일 오후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SG증권발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 회견을 열고, 회장과 이사회 의장직을 모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진=데일리한국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침묵을 지키고 있는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의 엇갈린 행보가 향후 어떤 나비효과로 돌아올 지 귀추가 주목된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익래 회장은 지난 4일 대국민 사과 회견을 열고 회장과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모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논란이 된 다우데이타의 주식매각대금은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앞서 김 회장은 지난달 20일 시간외매매를 통해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3.65%)를 주당 4만3245원에 매도해 605억원을 확보했다. 이후 다우데이타 주가는 다음날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이날 1만5000원대까지 주저 앉았다.

김 회장의 고점 매도에 시장에서는 김 회장이 사전에 시세조종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가 주가 폭락의 주범으로 김 회장을 지목하면서 관련 의혹이 더 커졌다.

이에 대해 김 회장 측은 계좌잔고 및 거래내역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블록딜은 4월초부터 진행됐고, 외국계 증권사의 일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매도 일자가 정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김 회장은 매도 과정에 법적인 문제가 없더라도 이번 사태로 상실감을 느꼈을 분들을 고려해 책임을 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법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도의적인 차원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반면, 김 회장과 유사하게 보유 주식을 매각해 막대한 이득을 챙긴 김영민 회장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영민 회장은 지난달 17일 서울도시가스의 보유 주식 10만주를 45만6950원에 시간외매매를 통해 처분해 457억원을 현금화했다. 서울도시가스 주가는 다음 거래일부터 하락해 현재 10만원대 초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 회장의 지분 조정은 지난 2010년 이후 13년 만이다.

이외에도 김 회장의 동생인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의 대성홀딩스도 서울도시가스 지분 12만주(2.4%)를 팔아 538억원을 현금화했고, 이외에 서울도시가스 임원들 역시 지난해부터 총 14차례에 걸쳐 주식 14억원 가량을 장내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합동수사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아직 김익래·김영민 회장에 대한 조사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두 회장의 수상한 매도 타이밍을 고려하면 조사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김영민 회장에 대한 '도덕적 해이'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김익래 회장이 사퇴와 사회환원 등 도덕적 책임을 지기로 밝혔지만, 김영민 회장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김영민 회장이 김익래 회장과 같이 회장직에서 사퇴하라는 목소리와 사퇴까지는 아니더라도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통상 시장에서는 대주주 등 회사 임원의 주식 매도를 스스로 주가가 '고점'이라는 것을 자인한 것으로 해석한다. 즉, 이들이 주식을 팔아치우는 것이 주가가 더 오를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실제 이번 주가 폭락 종목 중 하나인 삼천리의 경우 주가가 급격하게 올랐지만, 대주주와 회사 임원들이 주식을 그대로 보유해 주목을 받고 있다. 삼천리는 투자자들에게 주가 급등에 투자 유의가 필요하다는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주가 급등 기간 호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주가가 생각보다 과도하게 오른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경영진이 직접 임원들에게 회사의 성장을 위해 주가 변동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자고 다독였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회장들의 매각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는 이른 시점이다"라며 "다만 도덕적인 관점에서 대주주의 매각 행위를 주주들이 곱게 바라보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익래 회장은 선제적으로 사과를 했지만, 김영민 회장은 상황이 진행되는 것을 더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향후 수사 결과가 유죄로 나온다면 이번 사태에 대한 두 회장의 정반대 대응이 양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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