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거부권 행사에 간호협회-보건복지의료연대 '희비' 갈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박준영 기자] 대한간호협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제정안'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크게 반발했다. 총선기획단을 출범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회에 즉각 간호법 재의(再議)를 요구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의료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는 데다 간호법을 반대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 측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갈등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을 향해 "국무회의에서 후안무치한 탐관오리들이 건의한 간호법 거부권을 수용했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어떤 의료 기득권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믿어달라고 호소했었다"면서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에 대한 증거와 기록이 차고 넘치는데도, 언제 그랬냐는 듯 간호법 제정 약속과 공약을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공정하고 상식적이지 못한 불의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2023년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단죄하고 파면하는 투쟁을 전개하겠다"며 "즉각 국회에서 재의할 것을 정중히 요구하는 바"라고 밝혔다.
이어 "더 나은 간호와 돌봄을 누릴 권리를 박탈당한 5000만 국민께서도 무엇이 진실인지 분명히 알 권리가 있다"며 "우리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으로 그간의 모든 진실을 국민들께 소상히 알릴 것이며, 간호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끝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 '거부권' 행사에 한 숨 돌린 의료연대…17일 총파업 유보
간호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는 반면 간호법을 반대해 온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한숨 돌린 모양새다. 의료연대는 의료인 면허 취소 기준을 강화한 의료법 개정안이 거부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오는 17일로 예고한 총파업은 유보하기로 했다.
의료연대는 이날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일명 의료인 면허박탈법인 의료법 개정안은 아쉽게 생각한다"며 "국회에서 신속히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는 "오늘 결과에 아쉬움이 있지만 우선 17일 계획한 연대 총파업은 국민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깊은 고뇌 끝에 국회 재의결 시까지 유보할 것"이라며 "법안 처리가 원만히 마무리될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尹, 양곡관리법 이어 2번째 거부권 행사…"국민 불안 초래"
간호법 제정안은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내용을 분리해 간호사와 전문간호사, 간호조무사의 업무 범위를 정하고 간호사의 근무 환경 및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 법은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학력 상한을 두고 있어 간호조무사 단체들의 반대가 이어지고 있고, 간호사의 활동 범위에 '지역사회'를 포함해 의사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 등 당정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시행될 경우 의료 현장의 갈등이 고조될 수 있고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 후퇴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간호법안은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킨다"며 "간호 업무의 탈 의료기관화는 국민 건강에 불안감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건강은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다. 정치 외교도, 경제 산업 정책도 모두 국민 건강 앞에는 뒷순위"라며 "국민 건강은 다양한 의료 직역의 협업에 의해 제대로 지킬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과반 의석을 무기 삼아 간호법을 통과시킨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사회적 갈등과 불안감이 직역 간 충분한 협의와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에서 해소되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며 "국무위원들께서는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의 설명을 듣고 유익한 논의와 함께 좋은 의견을 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양곡관리법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심의 의결된 재의요구안은 주무 부처 장관인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서명에 이어 대통령이 서명해야 한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간호법은 국회로 넘어가 다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법안 재의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이다. 재의결이 이뤄지면 해당 법안은 법률로 확정되고, 정부도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재의결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3분의1 넘는 의석을 갖고 있어 재의 요구된 법안의 의결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