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정규음반 ‘그리움’ 발매 기념해 18일 독창회
성대결절 딛고 재기성공 미성·가사 전달력 최대강점
​​​​​​​“진심 다하면 TV 뚫고 나온다” 늘 마음 새기며 노래

세 번째 정규앨범 ‘그리움’을 발매하고 오는 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테너 존노가 이번 음반에 수록된 한국 가곡은 팬들의 투표로 선곡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혜영 기자 lhy@screwfastsz.com​
세 번째 정규앨범 ‘그리움’을 발매하고 오는 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테너 존노가 이번 음반에 수록된 한국 가곡은 팬들의 투표로 선곡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그동안 콘서트에서 부른 한국 가곡을 리스트에 올려 팬들이 투표를 했어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곡들을 녹음했어요. 팬들과 소통하며 만든 앨범이기 때문에 더 뿌듯합니다.”

존노(32·본명 노종윤)는 요즘 가장 ‘핫’한 가수다. 개인 활동뿐만 아니라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의 멤버로도 맹활약하고 있다. 성악을 기본으로 팝과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등 폭넓은 음악을 선사하고 있는 그가 정통 클래식 테너로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세 번 째 정규앨범 ‘그리움(Sehnsucht)’ 발매 기념으로 1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존노를 1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나는 테너다!’를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넘쳤다. “무대 위에서 우리 가곡을 자주 부르는데 반응이 좋아 음반을 내기로 결심했다”며 “팬들의 리퀘스트 뮤직을 정리하다 보니 모든 노래가 누군가를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을 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 ‘그리움’이라고 타이틀을 붙였다”고 밝혔다.

앨범은 독일 가곡 19곡과 한국 가곡 10곡을 수록한 2장의 CD로 구성됐다. 독일 가곡은 직접 선곡했다. 베토벤의 ‘아델라이데’ ‘이히 리베 디히’, 슈베르트의 ‘들장미’ ‘보리수’ ‘세레나데’,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에 나오는 ‘아름다운 5월에’ ‘맑게 갠 여름 아침에’ 등을 수록했다. 모두 우리 귀에 익숙한 곡들이다.

​세 번째 정규앨범 ‘그리움’을 발매한 테노 존노가 오는 18일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독일 예술가곡과 한국 가곡을 들려준다. ⓒ이혜영 기자 lhy@screwfastsz.com​
​세 번째 정규앨범 ‘그리움’을 발매한 테노 존노가 오는 18일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독일 예술가곡과 한국 가곡을 들려준다. ⓒ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리트, 즉 독일 예술가곡은 대부분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번엔 독특하게 현악 4중주로 녹음했어요. 전통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풍성한 사운드를 선사해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어요.”

떠오르는 젊은 작곡가 손일훈이 현악 4중주 버전으로 편곡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카오스 콰르텟'과 독일 베를린에서 녹음했다.  18일 독창회에서는  ‘리수스 과르텟’(제1바이올린 이해니·제2바이올린 유지은·비올라 장은경·첼로 마유경)과 케미를 이룬다. 존노는 “바이올리니스트 이해니와 미국서 같이 공부했고, 서머페스티벌 때는 바이올린 연주자로 함께 해 친해졌다. 그래서 이번 리사이틀에서 하모니를 이룬다”고 말했다.

존노는 20세기 최고의 리릭 테너인 프리츠 분덜리히를 가장 닮은 싶은 롤모델로 꼽았다. 두 사람 모두 넘사벽 미성(美聲)의 소유자다. 19곡을 듣다보면 중간에 멈출 수가 없다. 끝없이 듣고 싶은 목소리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음반이다. 어느새 ‘고막남친’에 금세 빠져든다.

한국 가곡은 모두 10곡을 담았다. 존노의 팬카페 ‘힐링존(HealingJohn)’에서 팬들과 소통하며 선곡했다. 피아니스트 박진희가 반주를 맡았고 리사이틀도 함께 한다. 줄리어드 동기고 졸업연주 때도 합을 맞춘 인연이 있다. 이제 두 사람 모두 프로페셔널로 호흡을 맞추는 셈이다.

존노는 한국 가곡 몇 곡에 얽힌 특별한 사연을 소개했다. “조희경 시·윤자은 곡의 ‘시작하는 이들을 위하여’는 이번 앨범에서 유일한 신작 가곡이다”라며 “노랫말이 그대로 가슴으로 들어와 박혀 녹음할 때 눈물도 찔끔 났다”고 말했다.

세 번째 정규앨범 ‘그리움’을 발매한 테노 존노가 오는 18일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독일 예술가곡과 한국 가곡을 들려준다. ⓒ이혜영 기자 lhy@screwfastsz.com​
세 번째 정규앨범 ‘그리움’을 발매한 테노 존노가 오는 18일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독일 예술가곡과 한국 가곡을 들려준다. ⓒ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윤학준의 ‘마중’은 부를 때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나 눈시울을 붉힌다고 고백했다. 사고 전날도 찾아 뵀는데 오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금방 나와 버린 게 두고두고 후회된다고 덧붙였다.

“2018년에 성대결절 수술을 하고 석 달 정도 아예 말을 못했어요. 고통스러운 시기였죠. 그때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어요. ‘사는 게 무언지 하무뭇하니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 이 부분에서 할머니가 생각나 늘 왈칵해요.”

이수인 선생과의 추억도 털어놨다. 2021년에 ‘아티스트가 사랑한 궁’이라는 영상을 찍었는데, 그때 ‘내 맘의 강물’을 불렀다. “영상을 본 이수인 선생이 ‘아주 잘 봤다’라며 응원의 말씀을 전해주셨어요. 한번 찾아뵈려고 했는데 건강이 안좋아지셔서 찾아뵙지 못했죠. 그해 8월에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까워요.” 그 당시 불렀던 것보다 더 잘 부르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번 녹음에서 많이 힘든 곡이었다고 말했다.

앨범 재킷 사진이 멋지다고 하자 “지난 2월 베를린에서 촬영했다. 겨울이라 해 떨어지기 전에 빨리 찍자며 걸어가고 있을 때 그냥 자연스럽게 찍었다. 그런데 막상 골라보니 준비하고 찍은 사진보다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만장일치로 이 사진을 픽했다”고 말했다.

‘그리움’은 사전 예약 판매만 1만장을 돌파했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 첫 앨범 ‘NSQG’가 판매량 3만장을 기록했으니 척박한 클래식 시장에서 그의 앨범 파워는 단연 독보적이다.

존노가 한국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팬텀싱어 3’ 덕분이다.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피바디, 줄리어드, 예일음대를 졸업하고 뉴욕 무대 오페라 주역활동 등 클래식 음악도로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다. 2020년 JTBC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김바울·고영열·황건하와 팀을 이룬 ‘라비던스’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인기를 얻었다.

“미국 친구들이 ‘노종윤’이라는 발음을 어려워 해 ‘존노’가 됐어요. 동양인이다 보니 처음엔 잘 어울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고등학교 때 중창단 활동을 했어요. 친구 만들려고 가입했어요. 그게 음악의 출발이었죠. ‘팬텀싱어’ 출연 때는 졸업반 이었어요. 이곳저곳 오페라 오디션 보러 다녔는데 성적이 신통치 않았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가족들에게 노래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영상이라도 남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덜컥 출연을 결심했어요.”

세 번째 정규앨범 ‘그리움’을 발매한 테노 존노가 오는 18일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독일 예술가곡과 한국 가곡을 들려준다. ⓒ이혜영 기자 lhy@screwfastsz.com​
세 번째 정규앨범 ‘그리움’을 발매한 테노 존노가 오는 18일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독일 예술가곡과 한국 가곡을 들려준다. ⓒ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존노의 최대 강점은 역시 미성과 딕션이다. “가사 전달력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영어와 독일어를 곧잘 하는 덕에 가사를 이해하고 노래할 수 있어서 경쟁력이 있는 것 같아요. 목소리 컬러도 나름 괜찮은 것 같고요.” 이번 앨범에 수록된 독일 가곡을 들어보면 이런 평가가 헛말이 아님을 금세 알게 된다.

11월에는 활동 범위를 해외 무대로 넓힌다. 한국음악재단(KMF) 주최로 뉴욕 카네기홀에서 한인 이주 120주년을 기념하는 리사이틀을 연다. 3년만의 미국 방문이다. 1부에서는 독일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 각국의 가곡을 들려주고, 2부에서는 한국 가곡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카네기홀은 2018년 줄리어드 재학 시절에 공연 경험이 있어요. 당시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한 무대였고 제가 주인공은 아니었어요. 이번에는 오로지 저만의 독창회를 합니다. 진정한 카네기홀 데뷔 무대죠. 홈페이지에 ‘존노’라고 치면 공연 정보가 나온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해요.”

오페라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다. “사실 ‘마술피리’ 러브콜이 왔는데 스케줄 맞추기가 어려워 포기했어요. 언제든 불러만 주면 출연하고 싶어요. 성악가의 길로 이끌어 준 오페라의 매력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오페라와 클래식을 대중적인 음악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고요. 위로를 주는 테너, 공감을 주는 테너가 되고 싶어요.” 지금의 페이스대로라면 ‘오페라 스타 존노’의 모습도 곧 보게 되리라.

“노래를 부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인 것 같아요. 진심을 담아 노래하면 결국은 통해요. 팬텀싱어 출연 당시 PD께서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진심을 담아 노래하면 TV를 뚫고 나온다’고. 늘 이 말을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18일 롯데콘서트홀에 오셔서 제 진심을 한번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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