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미국 오하이오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미국 오하이오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장벽을 넘어 북미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시장을 선점해온 한국 배터리 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20일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는 지난 13일 중국 배터리 기업 궈시안의 미시간주 공장 신설 계획이 국방물자생산법(DPA)이 적용되는 부동산 거래 또는 매입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DPA는 미국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물품을 생산기업의 손실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우선 조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 안보에 대한 수개월간의 조사를 진행한 미국 행정부가 궈시안의 공장 건설에 제동을 걸지 않고 사실상 승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척 텔렌 궈시안 북미법인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CFIUS에 필요한 서류들을 제출했고 (DPA 통제) 대상 거래가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궈시안은 미시간주에 23억6000만달러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해당 계획 발표 이후 미국 내에서 궈시안과 중국 정부의 연관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올해 초 궈시안은 개발 계획을 중단, 연방 정부의 검토를 요청한 바 있다.

궈시안은 독일 폭스바겐 그룹이 최대 주주지만 중국에 본사를 둔 중국 기업이다. 올해 1~4월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2.4%를 차지하며 삼성SDI(4.1%·7위)에 이어 8위에 자리하고 있다(SNE리서치 집계 기준).

궈시안 외에도 시장 점유율 1위 CATL(35.9%)이 미국의 IRA 규제를 우회해 현지에 진출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포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CATL에 기술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미시간주에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했으며 테슬라와도 비슷한 방식의 협력을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지 법인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음으로써 IRA 해외우려기업(FEOC) 규제를 피하면서 실질적인 생산·판매를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기업들의 북미 진출길이 열릴 경우 현지에 다수 공장을 건설·운영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기업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 우위인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주력 제품으로 완성차 고객사를 늘리고 북미 등 지역에 먼저 진출한 3사의 입지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4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 CATL, BYD(16.1%·2위), 궈시안, CALB(4.6%·6위), EVE(1.8%·9위), 신왕다(1.5%·10위) 등 6개 중국 기업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이들의 점유율 총합은 62.3%에 달한다. BYD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배터리 사용량 성장률이 108.3%에 달하며 중국 기업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사실상 미국이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이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중국을 배제하려던 기존의 기조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됐고, 한국에 대한 산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도 중국에 일부 시장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한편 한국 배터리 3사의 북미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공장을 포함해 현지에 8곳의 생산기지를 운영 또는 건설하고 있으며, SK온은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에 이어 현대자동차그룹과도 조지아주에 합작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삼성SDI도 GM과 인디애나주에 약 3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며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에 이은 두 번째 북미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