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영업손실 7조4000억→33조9000억 확대 ‘직격타’
CXO연구소 “올해는 작년보다 15~20% 이상 감소 예상”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대기업들이 갈수록 더 돈벌기가 어려워졌다. 국내 매출 1000대 상장사의 작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이전해 대비 30% 정도 하락했다. 여기에는 한국전력공사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최근 1년 새 더 커진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1000대 기업 내 영업이익 1조 클럽에는 30곳이 가입했고, 당기순익 1조 클럽에도 21곳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삼성전자의 지난해 1000대 기업 내 영업이익과 당기순익 영향력은 각각 23.8%, 28.9%로 이전해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01·2022년 국내 매출 1000대 상장사 영업손익 및 당기손익 현황 분석’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2022년 매출 1000대 기업의 영업이익 규모는 106조1725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145조5249억원보다 39조원 이상 감소한 금액이다. 1000대 기업 영업익 규모가 최근 1년 새 27.1%나 하락한 것. 1000대 기업 전체 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중을 의미하는 영업이익률도 2021년 8.4%에서 작년에는 6.1%로 낮아졌다. 2001년 이후 1000대 기업의 최고 영업이익률은 2018년 때 기록한 10.7%가 최고치였다.
◇ 우리금융지주·메리츠증권 등 7곳 '영업익 1조 클럽' 새로 가입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7% 넘게 하락한 배경에는 한전의 영업손실 폭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지난 2021년 당시 한전의 영업손실액은 7조4255억원. 그러던 것이 작년에는 33조9085억원으로 영업손실이 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전이 영업적자를 본 금액은 같은 해 삼성전자(25조3193억원)와 SK하이닉스(7조6609억원) 두 회사의 영업이익이 사라진 것과 비슷했다. 1000대 기업 중 한전의 영업손실을 제외하고 따로 계산해보면 2021년 대비 2022년 영업이익 하락률은 27.1% 수준에서 8.4%로 확 떨어질 정도다.
1000대 기업 전체 영업이익은 2001년 당시만 해도 36조원 정도였다.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7년(129조원)에 이르러서다. 그러다 2019년(78조원)과 2020년(93조원)에는 다시 100조원 미만으로 내려앉았다가 2021년에 145조원 이상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 1000대기업 중 영업적자를 본 기업은 이전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작년 기준 1000대 기업에서 영업손실을 본 기업은 99곳으로, 이전해 112곳보다 1년 새 13곳 줄었다. 2021년 대비 2022년에 1000대 기업에서 영업이익이 증가하거나 흑자로 전환된 기업은 564곳으로 절반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한 기업 숫자도 1년 새 2곳 많아진 30곳으로 집계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7곳은 최근 1년 새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새로 가입한 반면 5곳은 탈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새로 이름을 올린 기업에는 ▲현대차(21년 6616억원→22년 2조8285억원) ▲현대글로비스(8945억원→1조5957억원) ▲우리금융지주(5905억원→1조1856억원) ▲SK(8301억원→1조1086억원) ▲LG유플러스(9379억원→1조498억원) ▲메리츠증권(8604억원→1조253억원) ▲삼성SDI(5876억원→1조108억원)가 포함됐다.
2021년 대비 2022년에 영업이익이 1조원 이상 증가한 기업은 5곳으로 조사됐다. 여기에는 ▲HMM(2조5630억원↑) ▲현대차(2조1669억원↑) ▲대한항공(1조4192억원↑) ▲S-Oil(1조2638억원↑) ▲한국가스공사(1조139억원↑)가 이름을 올렸다. 이 중에서도 현대차는 2021년 대비 2022년 영업이익 증가율이 327.5%나 됐고, 한국가스공사도 101.2%로 100%를 상회했다.
지난해 국내 1000대 기업 영업이익 1위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1000대 기업 내 영업이익 영향력은 23.8%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전해 22% 보다는 1년 새 삼성전자 영업이익 포지션이 소폭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21년(31조 9931억원) 대비 2022년(25조3193억원)에 20.9%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1000대 기업 내 이익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 참고로 2001년 이후로 1000대 기업 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비중은 2008년에 5.7%로 가장 낮았고, 2018년에 31.6%로 가장 높았다.
◇ HMM 1년새 4조6900억 증가하며 '순익 10조 클럽' 당당 입성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지난해 1000대 기업의 당기순익 성적표도 1년 새 나빠졌다. 조사 대상 1000곳의 작년 순익 규모는 87조8376억원 정도였다. 전년도 기록한 127조 1461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30.9%나 고꾸라졌다.
1000대 기업 전체 당기순익률도 2021년 7.3%에서 작년에는 5.1%로 1년 새 2.2%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2001년 당시만 해도 1000대 기업 전체 순익은 9조원대에 불과했는데, 2017년에 106조원으로 순익 100조원 시대를 처음 열었다. 2021년에는 역대 최고 수준의 당기순익을 기록했다.
당기순익 1조 클럽에 가입한 곳은 2021년과 2022년 모두 21곳으로 동일했다. 하지만 개별 기업으로 살펴보면 희비는 엇갈렸다. 1000대 기업 중 7곳은 2021년 대비 2022년에 순익 1조 클럽에 신규 가입했지만, 다른 7곳은 탈락했기 때문이다. 작년 순익 1조 클럽에 신규 가입한 곳에는 ▲현대차(21년 6455억원→22년 3조7019억원) ▲대한항공(6386억원→1조7796억원) ▲카카오(5066억원→1조6173억원) ▲우리금융지주(5948억원→1조1832억원) ▲현대글로비스(6302억원→1조2094억원) ▲한화솔루션(5474억원→1조593억원)이 포함됐다.
1000대 기업 중 2021년 대비 2022년에 순익이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은 HMM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5조3535억원에서 작년에 10조478억원으로 1년 새 4조6943억 원이나 순익이 두둑해졌다. HMM은 삼성전자와 함께 지난해 순익 10조 클럽에도 나란히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작년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익 모두 삼성전자 다음으로 넘버2 자리를 꿰찼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올해는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경영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조해 1000대 기업 영업이익은 작년 보다 15~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올해는 그동안 영업이익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삼성전자가 다른 기업에 영업이익 왕좌 자리를 내줄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라 올해 영업이익 순위 판도는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