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목발을 짚고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월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이시레물리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함께 목발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상으로 목발을 짚고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월2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이시레물리노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리셉션에서 함께 목발을 들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Break a leg!”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목발을 짚은 채 이렇게 외쳤다. 직역하면 ‘다리를 부러뜨려라’는 섬뜩한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사절단 만찬 자리에서 이처럼 외쳤으니 얼핏 듣기엔 다소 생뚱맞은 건배사로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문구에는 누군가를 응원할 때 사용되는 긍정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 즉 최 회장은 자신의 모습에 빗대 재치 있는 건배사를 제의한 것이다. 실제 참석자들은 “대한민국”으로 화답하며 최 회장의 건배사를 빛냈다.

베트남의 경제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최 회장은 이 건배사를 시작으로 현지의 유망 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 검토에 나선 상태다.

최 회장은 목발을 전방위로 활용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목발을 유치 도구로 썼다. 그는 베트남 행사에 앞서 프랑스에서 열린 박람회 유치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 참석을 위한 출국길에서부터 특별 제작한 목발을 짚고 나타나 취재진의 눈길을 끌었다.

목발에는 부산엑스포 로고를 새긴 홍보 패드를 부착했다.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각국 대표단에 부산엑스포 유치 의지를 각인시키고자 목발에 최 회장이 엑스포 로고를 붙이는 아이디어를 냈다는 것이 SK 측의 설명이다.

부산엑스포 유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불편한 다리를 오히려 홍보 전략으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최 회장은 예정된 일정을 모두 목발을 짚고 소화하며 프랑스 곳곳을 누볐다.

부산엑스포 공식 리셉션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목발을 들고 사진을 찍는 등 해외 인사들에게 ‘홍보 포스터’ 역할을 했다. 엘리제궁에서 만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기념사진을 찍으면서도 목발을 짚은 채 환한 웃음을 보였다.

최 회장은 지금도 목발을 겨드랑이에 끼고 유럽 곳곳에서 걷고 있다. 방문 국가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유럽 국가의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며 SK 현안을 점검하고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60년생으로 4대그룹 총수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아 재계 맏형 격인 최 회장이 그룹 총수와 유치위원장의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 세계 도처에서 분초를 다퉈가며 투혼을 펼치는 모습이다.

특히 최 회장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지난해 5월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에 취임한 이래 그동안 가보지 않은 대륙이 없을 정도로 세계 곳곳을 누벼왔다. BIE 179개 회원국 가운데 총리 등 주요 인사들을 단독 면담한 국가가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그는 이달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60대에 접어들고 보니 이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며 변함 없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국내 언론인 YTN과의 인터뷰에서는 부산 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제부터 시작”이라면서 “해올게요”라고 자신 있게 답변하며 의지를 굳건히 다지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취임한 지 25년차에 접어들어 재계 현안에 밝아 정부와의 가교 역할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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