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포드, 리비안 이어 볼보차, 폴스타까지 가세
현대차그룹은 '신중론' 유지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테슬라 충전방식인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가 국제 전기차 충전 표준이 될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30일 폴스타는 북미(미국, 캐나다) 지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가 테슬라의 충전 거점인 ‘수퍼차저’를 사용할 수 있도록 NACS 방식을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폴스타는 2025년부터 북미시장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에 NACS 충전 포트를 기본 장착키로 했다.
여기에 폴스타는 기존 CCS1 방식을 적용한 전기차들을 위해 NACS와 호환되는 어댑터도 내년 중 선보이기로 했다.
토마스 잉엔라트(Thomas Ingenlath) 폴스타 CEO는 “전기차 보급을 가속화하고 전동화 차량의 인기를 불러오기 위해 테슬라가 앞서 수행한 선구적인 작업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주요 완성차 제조사 중 공식적으로 NACS 도입을 선언한 곳은 폴스타 외에도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리비안, 볼보 등 5곳이다. 여기에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 유럽 주요 자동차 그룹 스텔란티스 등도 NACS 채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유럽 최대 자동차 그룹 폭스바겐도 사실상 NACS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29일(현지시간) “그룹 전체 브랜드가 NACS 충전 규격 도입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폭스바겐 산하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 사업부인 일렉트리파이 아메리카에서 "NACS 전환 기간 동안에도 고객들에게 그간 사용됐던 복합 충전 시스템(CCS) 커넥터를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폭스바겐이 적어도 북미 지역 내 충전 인프라를 NACS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충전업체들도 속속 NACS 동참을 선언한다. SK 자회사인 SK시그넷의 경우 올해 안에 NACS 커넥터를 적용한 급속충전기를 북미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SK시그넷은 미국 전기차 급속 충전시장 1위 업체로, 미국 완성차 브랜드들이 NACS 채택하는 사례가 늘면서 고객 편의를 위해 이같은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1분기 기준 미국 내 보급된 급속 충전기는 약 3만2000개, 이중 테슬라 수퍼차저는 1만9000개 정도로 점유율 60%를 차지한다. 여기에 NACS 도입을 선언한 GM과 포드에 테슬라 전기차 판매대수를 더하면 미국 전기차 시장의 70%를 훌쩍 넘어선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NACS 대세론’이 굳어지는 배경이다.
여기에 폭스바겐과 볼보자동차 등 유럽 대형 자동차 제조사들도 속속 NACS에 동참하면서 ‘춘추전국시대’로 묘사될 정도로 혼란스러웠던 전기차 충전 표준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테슬라의 충전 표준 굴기는 극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와 껄끄러운 관계인 테슬라가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이전까지 업계 전망이었던 것.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인프라법’을 통해 전기차 충전기 보급에 총 75억달러(한화 약 9조9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키로 했다. 발표 당시 NACS는 지원 대상에 제외될 상황이었다. CCS 등 다른 규격의 충전기와 달리 NACS는 오직 테슬라만 이용 가능했던데다 ‘수퍼차저’가 다른 제조사 전기차들에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즉각 수퍼차저를 타 브랜드 전기차에도 개발한다고 선언했고, GM 등 주요 제조사들이 NACS에 동참한다고 선언하면서 충전기 보급에 더욱 더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미국서 전기차 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대차그룹 역시 셈법이 복잡해졌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당장 NACS 방식을 도입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열린 현대차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고객이 얻을 이익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유지했다.
이날 장재훈 사장은 (현대차는) 800V 초고속 충전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중심으로 충전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테슬라 수퍼차저를 쓰면 (현대차 전기차는) 오히려 충전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것이 개선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