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전력판매 수입 감소
전력화 진행, 전기요금 정상화, 재생에너지사업 진출 대책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재생에너지 전력사용고객 요금(이하 재생에너지 요금)’ 적용이 유예됐다. 재생에너지 요금제는 기업이 한전에서 전력을 구입하는 대신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려 전력 수요를 충당할 것을 대비해 기본요금을 기존 산업용 전기요금의 그것보다 높게 잡았다. 이번에 산업계의 우려로 인해 재생에너지 요금 인상이 기약없이 다시 유예됐다. 한전 기획실이나 홍보실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별 문제없다고 자신하지만, 요금전략처 담당자는 속앓이다. 한전의 속내는 무얼까?
지난달 30일 한전 재생에너지 요금의 유예 발표를 두고 3일 기자와 통화한 한전 관계자들의 목소리는 부서마다 제각각이었다.
담당자인 요금전략처 계통요금부 김용현 차장의 목소리는 낮았으며, 박상민 홍보실장은 침착했다. 기획을 담당하는 이정호 처장의 목소리는 씩씩했다. 이는 한전이 자가용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당장의 전력판매수입 감소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책을 차근히 수립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한전 재생에너지 요금을 정확히 표현하면 직접PPA나 제3자 PPA 계약을 맺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입하는 기업에게 부과하는 전기요금이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은 아직까지 수요전력을 한전 외에서 100% 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정부분 한전에서 구입할 수 밖에 없다.
가령, 전력구매계약을 맺은 전력판매사업이 태양광인 경우 기업은 해뜨기 전이나 해진 후, 혹은 비가 와서 태양광발전량이 수요에 못미칠 때 필요한 전력을 한전에서 구입한다. 이때 이 기업은 한전 재생에너지 요금제에 가입해 필요한 전력을 얻는다.
한전 재생에너지 요금제는 망 이용료와 별개이며 기본요금이 일반 산업용 전기요금의 기본요금보다 비싸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 요금'으로 구성되는데 한전 재생에너지 요금제의 기본요금이 일반 산업용 전기요금보다 비싸다. 김 차장은 “PPA참여 고객을 위한 고정비 등 추가비용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기업이 재생에너지에서 수요전력을 충당하면 그만큼 한전의 수입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김 차장은 “양면성이 있다”며 “유예기간 동안 산업계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고 한전의 경영전략 등을 참조해 요금에 대한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같은 질문에 대해 이정호 기획처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해 한전이 직접 판매하는 전력량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중장기적으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유는 필요한 에너지를 가스 등 1차 에너지에서 전력으로 바꾸는 전력화(electrification)가 산업계 전반에서 진행 중이고, 두번째 한전의 전기요금이 정상화된다면 전력판매단가를 지금보다 높게 책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처장은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사회 저변의 요구에 따라 산업계가 추진하는 전력화가 늘어날 것이고, 이로 인해 전력판매량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전이 현재 값싸게 받고 있는 전기요금을 올려 정상가격으로 받는다면 수익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처장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시대에서도 한전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업이 원거리와 근거리에 위치한 재생에너지를 각각 제3자 PPA와 직접PPA를 통해 원활히 사용할 수 있도록 망을 개설하고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작업이 한전의 몫이다.
가령, 석탄을 철광석 환원제로 사용하는 제철소는 탄소중립 요구에 부응해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철강제품을 생산한다. 수소환원제철을 실현하기 위해선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로 사용하는 것 외에도 기존 고로를 전기로로 전환해야 한다.
기존 고로에서 전기로로의 전환은 이 처장이 말하는 전력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또 한전은 해상풍력 등 직접 재생에너지발전사업에도 뛰어들어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되고자 한다. 요컨데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재생에너지 확대가 한전의 경제성이나 역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이유에선지 박상민 홍보실장은 담담히 답했다.
박 실장은 “판매시장 개방이나 구조개편 등은 정부의 정책이기 때문에 한전이 의견을 낼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직접PPA 관련해선 정부정책에 적극 협조하면서 한전이 운영하는 제3자 PPA, 녹색프리미엄제도를 통해 RE100 이행 부담을 짊어진 기업들의 이행 여건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