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지자체와 함께 300억 원 투자해 전국 9곳 조성 예정
연료전지·태양광·풍력·ESS 등 산단 개성에 맞게 신재생 적용

산업부는 29일 경남 창원에서 탄소중립형 산단의 첫 시동을 걸었다. 사진은 탄소중립형 산단에 설치된 신재생 발전 인프라인 연료전지, 태양광, ESS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산업부 제공
산업부는 29일 경남 창원에서 탄소중립형 산단의 첫 시동을 걸었다. 사진은 탄소중립형 산단에 설치된 신재생 발전 인프라인 연료전지, 태양광, ESS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산업부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형 산단’이 시동을 걸었다.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이 사업은 실증단계지만 향후 산업단지의 에너지자립 성패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29일 창원 산단에서 ‘신재생 발전 인프라(이하 창원 신재생 인프라) 준공식’이 열렸다. 이 사업은 과거의 ‘스마트 산단’, ‘스마트 그린 산단’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산단의 에너지 자립을 염두에 둔 이 사업은 정치권이 에너지 문제를 정치 쟁점화하면서 형태를 조금씩 달리했지만 ‘산단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 사업이 ‘스마트 산단’으로 불리며 시동을 걸땐 에너지원으로 연료전지만을 상정했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그린뉴딜을 실시하며 RE100 이행수단에 연료전지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산단 에너지원에 연료전지를 배제해 사업명이 ‘스마트 그린 산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러다가 수소산업을 중시하는 현 정부들어 연료전지가 태양광, 풍력과 함께 산단 에너지원으로 적극적으로 재탐색됐다.

이날 창원 신재생 발전 인프라는 연료전지 1.8MW, 태양광 2MW, 에너지저장장치(ESS) 3MWh, V2G 47kW로 구성됐다. 

연료전지는 SK블룸에너지가 제조한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다. 고체산화물 수전해(SOEC)를 통해 수소를 얻고 있다. 이 사업의 수행기관이 SK에코플랜트이기 때문에 SK블룸에너지의 연료전지가 사용됐다고 추측할 수 있지만, SK블룸에너지의 SOFC는 전력을 중점적으로 생산하고 배출하는 온실가스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사용됐다는 분석이 옳다. SK블룸에너지의 온실가스 발생량은 MWh당 261kg으로 다른 연료전지보다 낮다. 하지만 아직 전력판매단가가 높은 흠이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창원 신재생 인프라에서 SOFC 연료전지는 실증용”이라며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얻는 수전해 방식의 SOEC를 설치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어 청정에너지로 볼 수 있지만 아직 전력판매단가가 비싼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연료전지에서 생산한 전력은 창원 신재생 인프라 기업이 구매해 소비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서 판매된다. 연료전지의 연료가 되는 수소가격이 현재 kg당 8000원 수준이고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기기에 대한 초기투자비용이 높기 때문에 연료전지의 생산전력단가가 kWh당 250원을 넘기 때문이다.  

현재 한전이 공급하는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판매단가는 올해 4월 기준 134.22원/kWh이며, 창원 신재생 발전 인프라에서 계약 기업에 공급하는 전기요금 단가는 140원/kWh 전후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하민근 저탄소산단팀장은 “연료전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입주기업에 직접 판매하지 않고 전력거래소에 판매한다”며 “전력을 판매하고 남은 이익은 입주 기업 지원에 쓰인다”고 말했다.

전력판매단가 측면에서 보면 창원 신재생 인프라에 설치된 2MW 태양광발전의 전기도 비싸다. 산단과 SK에코플랜트를 취재해 종합한 결과 태양광발전 설비의 전력판매단가가 160~180원/kWh로 추산된다. 이 역시 입주 기업에겐 비싼 수준이라 산업부는 차액을 지원하고 있다.

산업부는 탄소중립형 산단 조성에 적극적일 수 밖에 없다. 해외 원청업체들이 하청을 준 국내 기업들에 RE100이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RE100은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개념이다. RE100이 민간주도의 운동이지만, 참여 기업이 페이스북, 구글, BMW, 애플 등 한국 기업의 원청기업들로 구성돼 있어 제품을 납품하려면 그들의 요구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산업부가 탄소중립형 산단 사업을 시작한 이유도 국내 제조기업에 압박이 되고 있는 RE100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무탄소 전원으로 원자력과 수소를 사용하는 CF100과 CFE를 시행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지만, 아직 RE100에 참여하는 해외 기업들은 원자력과 수소를 RE100 이행수단으로 설정하지 않았다. 구글은 원자력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CF100이란 개념으로 RE100과 분리해 다루고 있다. 

산업부는 창원 신재생 인프라에 지붕형 태양광, ESS 외에 충전 기준 94kW, 방전 기준 74kW V2G 설비를 넣는 열정을 보여줬다. V2G는 Vehicle To Grid의 약자로 전기차 내부의 배터리를 ESS처럼 사용한다. 최근엔 V2G를 VTG라고 쓰기도 한다. 즉 전기차 배터리에 94kW의 전력을 충전해 전력계통에 74kW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과 같다.  

평소에 전기차는 태양광설비에서 전력을 충전해 운행하다가 전력계통 전력이 부족하면 전기차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를 전력계통에 공급한다. 

이 개념은 이미 하와이 마우이섬 등에서 실증돼 효용성을 인정받았다. 한낮 회사에 설치된 태양광설비에서 생산한 전력을 전기차 배터리에  충전했다가 퇴근 후 집에서 방전해 쓴다. 즉 낮동안 과발전된 태양광설비의 전력을 전기차에 저장해 전력피크에 대응하고, 퇴근 후 취사 등으로 전력을 많이 필요로하는 집에서 전기차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를 사용한다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한국에선 2021년 규제샌드박스에 의해 비로소 허용됐는데, 산업부가 이번 창원 신재생 인프라에 V2G에 적용했다. 산업부는 태양광, ESS, V2G 외에도 REC 구매 등을 통해 입주기업의 RE100 기준을 충족한다는 계획이다. 또 향후 RE100 대응을 위해서라도 계속 확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입지총괄과 이영호 과장은 “산업부는 국비 200억 원, 지방비 100억 원 등 총 300억 원을 들여 탄소중립형 산단을 여수, 구미, 반월 등 9개소로 확산할 계획”이라며 “산업단지의 특성을 반영해 풍력을 설치하거나 인근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전력을 전력구매계약(PPA)으로 확보해 탄소중립형 산단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29일 창원산단 에너지 자급자족형 인프라 구축사업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산업부 제공
산업부는 29일 창원산단 에너지 자급자족형 인프라 구축사업 준공식을 개최했다. 사진=산업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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