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토 IPCP→ ITPP 격상…포괄적 협력 강화
대통령실 "맞춤형 협력… 동·북유럽 공급망 확보"
12일 기시다와 회담…日 오염수 방류 논의할 듯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빌뉴스 나토 정상회의장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빌뉴스 나토 정상회의장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첫날인 11일(현지시간) 한-나토 간 ITPP(개별 맞춤형 파트너십 프로그램)를 체결했다. 노르웨이, 포르투갈, 네덜란드, 뉴질랜드, 헝가리, 루마니아, 스웨덴과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경제·글로벌 공급망 등 실질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첫 일정은 미국 상원의원 대표단 접견이었다. 미국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자리에서는 한-나토 간 협력, 나토-인도·태평양 협력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미국 상원의원들은 한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연속으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것을 높게 평가하면서 "한미 동맹이 진정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확대하고 있는 상징"이라고 밝혔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만났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나토 간 군축·비확산을 비롯해 11개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을 강화하는 ITPP를 체결했다. 11개 분야는 △대화와 협의 △대(對)테러 협력 △군축·비확산 △신흥기술 △사이버 방위 △역량개발 및 상호운용성 △상호운용성을 위한 실질 협력 △과학기술 △기후변화와 안보 △여성 평화 안보 △공공외교 등이다.

2012년 한·나토 간 최초로 협력 문서로 체결된 ‘개별 파트너십 협력 프로그램’(IPCP)보다 격상된 것으로, 안보와 공급망 등 분야에 대한 양측 관계가 한층 더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은 "ITPP는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강화한다는 한국과 나토의 공통 목표를 설정하고 11개 분야별로 협력의 이행 방향을 설정하고 또 협력 기관을 정해서 협력의 실효성 재고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빌뉴스 시내 한 식당에서 가진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오찬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빌뉴스 시내 한 식당에서 가진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오찬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노르웨이·포르투갈·네덜란드·뉴질랜드·헝가리·루마니아·스웨덴 7개국 정상과 '릴레이 정상회담'을 갖기도 했다. 회담에서는 안보·경제, 글로벌 공급망, 첨단산업, 방산·원전, 인적교류,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지지 등이 다뤄졌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국제 정세와 함께 북핵 위협 등 지역 안보 정세도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와 회담에서 한-네덜란드 양국이 신재생 에너지와 방산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스퇴레 총리도 협력 증진 방안을 지속해 모색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와는 약식 회담을 했다. 회담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디지털, 개발 협력, 인적 교류 강화 방안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코스타 총리는 지난 4월 방한을 계기로 양국 간 우호 협력 관계가 한층 강화됐다고 밝혔고, 윤 대통령은 양국 기업 간에 원활한 협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는 오찬을 겸한 정상회의를 가졌다. 두 정상은 국방 안보·인공지능(AI)·반도체·원전 등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공감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반도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크리스 힙킨스 뉴질랜드 총리와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력 메커니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역내 공급망 안정 유지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두 정상은 실질 협력을 다방면으로 확대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워킹홀리데이, 유학, 관광 등을 통해 인적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쓰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과학기술, 바이오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헝가리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원활한 활동을 위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클라우스 베르네르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는 원전 협력, 항만 개발, 방위 산업 등 실질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울프 크리스터숀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배터리, 희토류 등 핵심 공급망에 대한 협력 강화 방안을 이야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빌뉴스 대통령궁에서 열린 리투아니아 대통령 주최 공식만찬에 참석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빌뉴스 대통령궁에서 열린 리투아니아 대통령 주최 공식만찬에 참석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연쇄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 참석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이번 순방 목표는 국제 안보 협력 강화, 글로벌 공급망 확대, 부산엑스포 유치 외교"라며 "안보는 자유 세력 간의 연대 강화를 설파하고 상호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연대 기조 위에서 한-나토 간 협력을 제도화하고 실질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단적으로 진행되는 우크라이나 상황과 북핵 위협 같은 실질 위협을 안보 측면서 다룬 것도 있지만 사이버 안보 협력 강화와 정보 협력 강화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차장은 "안보와 경제 간의 상관성이 커진 만큼 경제 안보 관점에서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상대방과 맞춤형 협력을 통해 강화한다는 의미로, 이전까지는 미주 대륙에 방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동유럽과 북유럽  다수의 국가와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구체화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NATO 정상회의 참석 둘째 날인 12일에도 각국 정상들과 만난다. 우선 AP4(NATO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국, 일본·호주·뉴질랜드·한국)와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일본, 영국, 핀란드,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슬로바키아 등과 양자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주목되는 만남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양자 회담이다. 두 달 만에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또 NATO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그간 적극 참여해 왔음을 강조하고 향후 지원 계획에 관해 설명할 것"이라며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세계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NATO 차원의 메시지 발신 필요성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NATO와의 협력 강화에 관해서는 체결된 ITPP의 의의를 되짚고, 이외 NATO와의 정보공유 확대 방안, 사이버안보 협력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밝힐 것"이라며 "사이버 협력 활성화 관련해 현재 한국이 설립 예정인 국제 사이버 훈련 센터 설립과 NATO 사이버 방위 센터와의 협력 강화 방안을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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