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정부가 매각에 나선 HMM의 몸값은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HMM을 인수하는 기업은 단숨에 재계 순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정부는 HMM이 지난해 기록한 최대 실적의 여파가 남은 올해가 매각 적기라고 본다. 다만 높은 몸값이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자금력이 충분한 인수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HMM 매각 공고를 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주식을 각각 20.6%, 19.9% 갖고 있다. 나란히 1대, 2대 주주다. 산은과 해진공은 2조68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우선 1조원 규모를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지분, 영구채 1조,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모두 포함한 매각가가 적어도 5조원 이상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으로 지정하는 기업의 최소 자산총액 규모가 바로 5조원이다. HMM 인수 후보군을 자금력 갖춘 대기업으로 좁힐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때 2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던 HMM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물류 호황을 타고 승승장구해 지난해 영업이익 10조원의 초우량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2016년 채권단에 경영권을 넘긴 지 7년 만에 새주인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주요 대기업들은 모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지속적으로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CJ그룹, LX그룹 등은 인수에 고개를 가로젓거나 “관심 없다”며 아예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가장 먼저 인수 의지를 밝힌 SM그룹에 대해 물음표가 나오는 까닭도 자금력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SM의 현금동원력을 1조원 수준으로 본다. 금융권 대출을 상당부분 활용해야 하는 처지다.
더구나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영구채를 주식으로 바꾼다면 입찰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아예 인수전 참여에서 발을 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하림그룹 역시 현금성 자산이 1조5000억원 수준이다. 다만 금융권과 연합해 인수전에 등장하는 것은 SM에 비해 유리한 정황이다.
HMM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이 26조원이다. 재계순위 19위다. HMM을 인수하는 기업은 재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올해 해운 업황이 저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은 매각의 변수다. 실제 HMM의 실적은 꺾이고 있다. HMM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3069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에 비해 90.3% 감소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는 수조원의 자금력이 동원돼야 하는 만큼 인수자 못지않게 매각에 나선 대주주들(산은‧해진공)도 속도감 있는 매각을 위해선 경영권 프리미엄 비율이나 영구채 전환 여부에 대한 치밀한 ‘재정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