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전기차 보급 확대에 따라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 시장이 주목을 받는 가운데 7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성장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IET는 올해 2분기 매출 1518억원, 영업이익 1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분기 흑자 실적은 2021년 3분기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분리막 판매 증가와 원가 개선 등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SKIET는 올 하반기 △점진적인 수익성·실적 개선 △장기공급계약 체결 및 고객 다변화 △북미 지역 증설 의사결정을 통해 분리막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고체전해질을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 소재 등 신규 사업 기회 발굴도 지속한다.
오택승 SKIET 재무실장은 “SKIET는 고객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 아래 신규 고객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라며 “사업성과 창출로 SKIET 기업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SKIET는 SK온과 2027년까지 5년간 분리막을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SK온이 올해 배터리 생산능력을 2017년 대비 약 52배에 달하는 약 89GWh까지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인 만큼 유의미한 실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5월에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9위 기업인 중국 신왕다와 전기차용 배터리 분리막 공급 계약을 맺었다. 기존 중국 현지에서 IT·전자제품용 분리막을 공급해온 데 이어 전기차 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이어 북미와 기타 해외 신규 고객사와도 7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다양한 고객사와 추가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SKIET는 현재 국내 증평·청주를 비롯해 중국 창저우, 폴란드 실롱스크 등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내년 폴란드 4공장까지 완공하면 유럽에서만 총 15억4000만㎡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며 올해 중 북미 진출 계획까지 확정지을 방침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전기차용 LIB 분리막 시장은 출하 면적 기준으로 지난해 8억5000만㎡에서 2030년 91억8000만㎡까지 연평균 35%씩 성장이 예상된다. 북미, 유럽, 중국, 아시아, 기타 지역으로 나눴을 때 북미 시장이 가장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북미에는 승용 전기차용 LIB에 주로 사용하는 습식 분리막 업체가 없다.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해외우려집단(FEOC) 규정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약 68%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직접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SKIET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선전이 기대된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IET에 대해 “대부분 북미향 고객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수주계약을 통한 고객사 다변화에 이어 하반기 북미 증설 계획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2분기 비용 감소만으로 흑자 전환을 기록한 만큼 3분기부터 전속 고객사 판매량 증가가 반영된다면 하반기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또 “특히 6월부터 시작된 장기공급 계약 등으로 그동안 저조했던 폴란드 1공장 가동률에 대한 우려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추가 장기공급 계약이 체결된다면 폴란드 3·4공장에 이어 하반기 발표 예정인 북미까지 계획대로 증설이 진행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투자금 확보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SKIET는 세계은행그룹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와 총 3억달러(약 4000억원) 규모의 그린론 차입 서명식을 가졌다. 2억달러는 IFC 자체 자금이며 1억달러는 민간은행의 참여를 통해 조달된다.
SKIET는 확보한 3억달러를 폴란드 실롱스크 공장 증설에 투입할 예정이며 향후 북미 투자 진행에 소요될 자금 조달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일련의 투자는 올해 사령탑에 앉은 김철중 사장의 지휘 아래 진행된다. 김 사장은 배터리 소재 등 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 3월 대표이사에 선임됐으며 사장 부임 이전 SK이노베이션에서 포트폴리오부문장을 지내며 신성장동력 발굴을 주도한 역량을 인정받았다.
SKIET의 핵심과제로 김 사장은 △기술 경쟁력 강화 △원가 경쟁력 확보 △글로벌 공급 체계 구축 △ESG경영을 제시했다. 축적해온 분리막 기술력과 글로벌 생산 특장점을 강화해 고객 포트폴리오 확장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사장은 “분리막 물성과 품질 균일성을 강화하고 생산성 혁신에 이은 자동화를 통해 어느 지역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며 “한국, 중국, 유럽 글로벌 생산 사이트를 성공적으로 갖췄으며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북미 시장 진출도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차별화된 막·코팅·합성 역량 기반으로 유망한 그린소재 사업화를 추진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신규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것”이라며 차세대 배터리용 분리막 개발 준비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