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 기상청장 “태풍 힌남노의 70% 수준이지만 총량은 약하지 않다”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박대출 정책위의장, 임이자 의원이 8일 기상청 서울사무소의 국가기상센터를 방문했다. 북동진 하다가 북대평양고기압에 막혀 갑자기 한반도로 방향을 튼 태풍 ‘카눈’에 관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기 위해서다. 유희동 기상청장이 전한 태풍 ‘카눈’은 기상청도 처음 겪는 유형의 태풍이었다.
유 청장은 “태풍 ‘카눈’이 굉장히 이상한 행로를 보이고 있다. 힌난노보다 더 기상청이 경험하지 못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청장에 따르면 기존 태풍들은 일본 큐수로 들어오는 행로를 보이는데 태풍 ‘카눈’은 대한해협쪽으로 바로 들어오고 있다. 예측 경로도 한반도 중심을 관통하기 보다 한반도 서쪽이나 동쪽으로 비스듬히 갈 수 있다
태풍 ‘카눈’의 세력은 힌남노의 70% 수준이지만 총량으로 따지면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게 유 청장의 설명이다. 힌남노의 경우 한반도에 머문 시간이 5시간 정도지만 태풍 ‘카눈’은 10시간 정도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태풍이 오래 머물수록 피해가 크다.
8일 오전 9시 기준 ‘카눈’은 일본 가고시마 남쪽 약 300km 부근 해상에 있다. 최대 풍속 35m/s의 ‘강’한 태풍으로 시속 3km로 북북동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유 청장은 태풍 ‘카눈’이 시속 10~20km의 속도로 북상해 10일 오전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했다. 남해안 상륙 후 내륙지역을 남→북으로 관통해 11일 북한지역으로 이동할 것으로 봤다.
남해안 상륙은 10일로 예측되지만 내륙이 실질적으로 받는 영향은 9일 밤부터 시작될 것으로 봤다. 위험한 지역은 영동지방으로 이 지역에 가장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유 청장은 내다봤다.
태풍 ‘카눈’이 무서운 이유는 남해안 상륙시에도 태풍강도를 ‘강’으로 유지하고 강풍반경(풍속 15m/s 이상)이 310km에 이른다는 점이다. 태풍강도 ‘강’은 중심기압 970hPa, 최대풍속 35m/s다. 태풍 ‘카눈’의 순간 최대 풍속은 40m/s에 이를 전망인데 이를 시속으로 계산하면 144km이다.
태풍 ‘카눈’의 예상강수량은 9일 상륙 후 이틀동안 600mm에 이를 전망인데 경상북도 동해안에 강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 위험한 시간대는 9일 밤부터 10일 새벽 사이인데 특히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우 10일 새벽이 가장 위험하다.
조석만조로 인해 생기는 ‘월파’도 고려할 요소다. 태풍 ‘카눈’과 조석만조가 시기상 차이가 있지만 유 청장은 월파 부분을 경계했다.
태풍 ‘카눈’은 9일 밤부터 매우 주의해야할 상황이지만 11일 오후 서울은 일단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난다. 다만 태풍 뒷자락이 남아 비가 내리고 5~10m/s의 바람이 11일 오후 저녁 때까지 불 수 있다.
유 청장은 태풍의 경로 예측에 대해 애로를 호소했다. 유 청장은 태풍 ‘카눈’과 비슷한 경로를 보이는 사례를 2012년 태풍 '삼바'에서 찾았다. 태풍 '삼바'는 한반도 동쪽으로 진행했다. 태풍 ‘카눈’이 삼바와 다른 점은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이 요동을 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로 예측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
유 청장은 “태풍 진로에 정답이 있지 않다”며 “주어진 요건에서 새로운 자료를 갖고 매일매일 조정하며 예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말 중요한 건 어디에 비가 더 많이 오고 바람이 많이 부느냐”라며 “흔히 태풍 중심점이 어디에 있냐를 따지는데 내륙에 태풍이 상륙하면 중심점이 흐려지고 모양도 흐트러진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태풍의 발생 수는 평년과 같으나 강도는 해수면 온도의 영향을 받아 높아지는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반도는 고위도에 위치하기 때문에 해수면 온도가 올라갈수록 저위도만큼 태풍이 강하다고 말할 순 없다.
방재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조차 2017년 호우 때문에 2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일본이 보통 10여명의 사망자를 내는데 그치기 때문에 이 수치는 이례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유 청장의 보고를 받은 김기현 대표는 “태풍이 예전과 다른 특이한 형태의 경로와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기상청도 최선을 다해 사전에 예보를 신속하게 진행해줘 지자체의 활동에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유 청장에게 요청했다.
김 대표는 이어 “다가오는 재난에 대해 보다 정확·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행정체계가 잘 작동해 대응할 수 있도록 당이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민들도 여러 현상에 대해 과거보다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만큼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면 보다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당에서도 당력을 총 동원해서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재난을 사전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