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조선 디펜더 혹은 21세기 갤로퍼"

현대차가 8월 출시한 5세대 신형 싼타페를 두고 호사가들이 붙인 애칭(?)이다. 국산 SUV를 대표하는 싼타페가 이전보다 다부진 체격으로 돌아왔다. 더 뉴 싼타페는 각진 체형, 특히 박스형 후면부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불호가 갈리며 화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사전계약만 5만대가 넘어섰다 하니 초기 흥행은 성공했다 볼 수 있겠다.

각진 디자인으로 관심몰이에 성공한 디 올 뉴 싼타페의 상품성 역시 현대차가 '각 잡고' 다듬었는지 경기도 고양과 파주 일대에서 시승하며 확인해봤다.

◇ ‘H’ 강조한 실내외 디자인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안효문 기자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안효문 기자

차 크기는 길이 4830㎜, 너비 1900㎜, 높이 1720㎜, 휠베이스 2815㎜다. 4세대보다 길이와 높이가 각각 45㎜, 35㎜ 씩 연장됐다. 실내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도 50㎜ 늘었다. 제원표상 숫자 이상으로 실제 접한 신형 싼타페는 이전보다 한층 웅장한 크기로 다가왔다.

'한 덩치' 하는 덕에 공기저항이 걱정된다. 연료효율도 떨어지고 실내에 유입되는 풍절음도 커질 수 있다. 현대차가 밝힌 더 뉴 싼타페의 공기저항 계수는 0.294Cd로, 유선형 세단에 준하는 수치다. △리어 스포일러 각도 최적화 △후측면부 엣지 적용 △차량 하부 언더커버 적용 △상∙하단 액티브 에어 플랩 적용 등으로 저항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현대차를 대표하는 SUV라는 점을 강조한 듯 차 곳곳에 회사를 상징하는 'H'를 배치했다. 주간주행등과 전면부 LED 조명의 디자인은 물론. 범퍼 가니시(장식) 역시 대문자 'H'의 형상이다.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안효문 기자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안효문 기자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안효문 기자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안효문 기자

실내 곳곳에서도 'H'를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공조기(에어컨/히터) 송풍구부터 널찍하게 뻗은 대시보드를 따라 이어진 앰비언트 라이트(간접조명). 시트 등받이 디자인도 'H'다.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시도지만, 기하학적으로 잘 다듬은 덕분에 차 안팎에서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효과적으로 잘 전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주공간은 단정하게 정돈해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최신 기능을 다수 탑재한 신차지만 버튼을 최소화하고, 실내 장식도 화려하게 배치하기보다 고급스런 재질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운전석의 경우 정면에 12.3인치 크기의 디지털 계기판과 메인 터치스크린을 하나의 곡면 패널로 묶고, 센터 콘솔엔 두 개의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널을 배치해 널찍하면서도 실용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기어노브를 배제한 덕분에 콘솔 아래 작은 가방 정도는 충분히 수납 가능한 공간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안효문 기자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안효문 기자

국산차에서 보기 드문 박스형 후면부는 기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테일게이트(트렁크 도어)를 열면 실내의 공간성에 개방감을 더한 '테라스 콘셉트'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구조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있겠지만 골프백(캐디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거뜬히 실을 수 있는 공간활용성은 동급 최고 수준이라 자랑할 만 하다. 다만 하단부에 낮게 배치된 테일램프에 대한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듯 싶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의 완성도가 상당하다. 주행 속도와 내비게이션 길 안내 정보, 과속 알림 등 운전자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반응속도나 화질 등도 만족스럽다.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안효문 기자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안효문 기자

패밀리카에 합당한 다양한 기능들도 반갑다. 글로브 박스 위쪽에 탑재된 UV-C 자외선 살균 소독 트레이나 앞좌석 릴렉스 컴포트 시트, 원터치 릴렉스 및 열선 기능을 지원하는 2열 독립 시트(6인승 기준) 등이 대표적이다.

◇ '디젤은 잊어라'...조용하고 여유 있는 가솔린 터보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안효문 기자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안효문 기자

시승차는 2.5ℓ 가솔린 터보 2WD로 최고출력 281마력, 최대토크 43.0㎏·m 등의 성능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8단 듀얼클러치(DCT)를 맞물렸다. 연료효율은 복합 10.0㎞/ℓ(도심 8.8㎞/ℓ, 고속 12.0㎞/ℓ, 21인치 휠 기준)로 인증 받았다.

파워트레인 구성은 기존 4세대에서도 접했던 것이지만, 세팅의 완성도가 상당하다. 몸집이 더 커졌지만 실내 정숙성이 한층 개선됐다. 부드러운 출발과 여유로운 가속감을 위해 현대차는 토크 영역과 변속 패턴을 개선했다는 설명을 내놨다.

터보 엔진의 특징 중 하나인 지연현상(터보 레그)가 초반 가속에서 종종 느껴지곤 한다. 하지만 편안하고 쾌적한 주행에 크게 방해되는 수준은 아니다. 가속페달에 힘을 실으면 성능을 확 끌어내는 느낌은 아니지만 여유 있게 힘을 풀어내는 느낌도 좋다.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차 디 올 뉴 싼타페.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SUV=디젤' 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지우기라도 하려는 듯 현대차는 이번 싼타페에서 가솔린 라인업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가솔린의 장점인 정숙성은 이중 접합 차음 유리와 강화된 흡음재, 잘 다듬은 공기역학 성능 등으로 극대화됐다.

몸놀림도 한층 가볍다. 새 플랫폼을 기반으로 휠베이스를 늘리면서 주행 안정성도 개선됐다. 차고가 높다는 한계점은 있지만 급회전구간 등에서의 몸놀림이 이전보다 명민하고, 운전자의 의도에 차체가 잘 따라온다는 느낌을 시승 내내 받았다.

◇ 5세대에 걸쳐 다듬은 상품성...‘헤리티지’ 전략 본격화

역대 싼타페 라인업.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역대 싼타페 라인업.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000년 처음 등장한 싼타페는 20여년간 4번의 완전변경을 거치며 중형 SUV 시장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현행 5세대는 SUV의 본질이 아웃도어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 전통적인 디자인에 공간활용성을 극대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세단보다 SUV가 많이 팔리는 현 자동차 시장에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대표 SUV'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 뉴 싼타페 2.5ℓ 가솔린 터보의 가격은 3546만~4373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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