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원영 “올해 한전 적립금 17조7000억...전년비 58.5%↓”
한전 “올해 5월 이후 30.6원/kWh 전기료 추가 인상 필요”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올해 한국전력공사 적립금 규모가 17조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8.5% 급감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한전의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29일 한전으로 받은 '한전채 발행 상세내역'을 검토한 결과 한전 적립금이 2022년 42조7000억 원에서 올해 17조7000억 원으로 58.5% 줄었다고 공개했다.
지난해말 한전법 개정으로 한전채 발행한도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산한 금액의 2배에서 5배로 늘어났지만, 실제 한전채 발행 금액은 91조8000억 원에서 104조5000억 원으로 12조7000억 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전의 계속되는 적자로 부채가 늘어나면서 이자비용도 계속 늘어나 적립금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전은 2022년 32조65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 추가로 8조45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한전 부채액은 2021년말 145조 원, 1년 반이 지난 올해 상반기 201조3500억 원으로 38.1% 증가했다.
부채액 증가는 고스란히 이자비용 증가로 이어졌다. 한전의 하루 평균 이자비용은 2018년 19억4000만 원이었으나 2023년 상반기 기준 74억5000만 원으로 3.8배 증가했다.
전기요금이 한전의 기대만큼 오르지 못한 것이 적립금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당정은 협의를 통해 한전의 전기요금을 작년 말과 올해 5월 각각 kWh당 13원, 8원 등 총 21원을 올렸다. 이는 한전이 작년 말 요구한 인상폭인 51.6원의 40.7%에 불과하다.
전기요금 주관부서인 산업부와 한전은 전기요금이 한전 수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만큼 전기요금의 꾸준한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지난 11일 상반기 사업보고에서 “재무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건전화 및 혁신계획’에 따른 긴축 및 자구노력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동시에 원가주의에 입각한 전기요금 현실화와 자금조달 리스크 해소를 산업부와 긴밀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지만 당정 협의의 주체인 국민의힘은 하반기 한전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유가 동향을 주시하고 있을 뿐 한전의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영인 산업수석은 “하반기 한전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의힘의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전 사장 선임이 막바지 절차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 25일 기재부 공운위는 김동철 전 의원,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장, 김시호 전 한전 부사장을 한전 사장 후보로 의결했다. 남은 절차는 한전의 이사회와 주주총회로, 주주총회에서 추천한 사장 후보를 산업부 장관이 임명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한전 사장이 새로 선임되면 국민의힘은 산업부 차관과 한전 사장이 참석하는 당정협의회를 개최해 하반기 전기요금 추가 인상을 논의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은 앞서 지난 22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에게 한전의 재정 문제를 지적하며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김 의원은 당시 “한전이 적자 폭을 줄이지 못하면 또다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해 기존 한전채를 갚아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며 “한전의 차기 사장은 필히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 혁신 조직 재정비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김 의원의 발언이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김동철 전 의원의 한전 사장 선임을 돕고 ▲하반기 전기요금 추가 인상 테이블을 마련하기 위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며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