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내년 환경부 예산안 중 무공해차 지원금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무공해차는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등을 환경부가 지칭하는 용어로, 주행 중 배출가스가 나오지 않는 차를 뜻한다.

무공해차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전기승용차에 배정된 국고보조금은 내년 400만원으로 책정됐다. 올해보다 100만원 가량 줄었다. 인프라 보급 등으로 인한 추가 보조금이 신설됐다지만 모든 전기차가 혜택을 누릴 순 없다. 2019년 전기차 국고 보조금이 최대 90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년 만에 소비자 부담은 최대 500만원이나 커진 셈이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구매를 지원하는 보조금은 전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보조금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비싼 친환경차 구매를 독려하기 위해 마련된 것인 만큼 전기차 등이 많이 보급될 수록 정부의 예산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매년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생산량이 늘며 제조사들은 ‘규모의 경제’를 통해 제조 단가를 낮추고 있다. 지속가능한 친환경차 정책이 유지되도록 ‘퍼주기식’ 보조금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산업계 중론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전기차 업계의 동향을 고려했을 때 보조금을 줄여도 소비자들의 부담이 예전보다 크지 않다는 판단이 이번 예산안에 반영됐다.

실제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는 전기차 가격 경쟁이 두드러진다.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테슬라의 경우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고 중국에서 생산한 전기차의 공급량을 늘리며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업체들도 중국산 배터리 비중을 늘리며 가격 경쟁에 동참했다. 독일 BMW나 미국 포드 등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 협업을 강화하거나, 접근성 높은 저가형 전기차 출시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시장 반응이 심상치 않다. 정부와 소비자가 판단하는 전기차 적정가격에 차이가 있는 것일까. 예년 같으면 상반기에 소진됐던 전기차 보조금이 올해는 남아돌고 있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서울시와 전국 6개 광역시 보조금 평균 소진율은 4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시의 보조금 지급 비율은 목표치의 35.3%, 대전시는 19.4%에 불과했다. 올 상반기 국내서 판매된 전기차는 7만9000여대로 전년 동기대비 16% 증가했다. 매년 몇 배씩 몸집을 불려왔던 전기차 시장 추이를 고려했을 때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보조금이 남다보니 예년엔 볼 수 없던 전기차 할인 경쟁이 최근 치열하다. 반도체 수급 문제가 완화되면서 각 업체의 전기차 공급 여력도 충분하다. 그간 전기차 할인에 인색했던 국산차 업체들도 수백만원 대 할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최근 할인 확대 소식이 반갑겠지만, 내년 이후 시장 상황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전기차 주 수요층인 얼리 어답터(남보다 신제품을 빨리 구매해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군)들이 전기차를 살 만큼 샀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 보급 촉진에 보조금만이 해법은 아니겠지만, 마냥 줄이는 것이 능사인지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전기차 보급 정책이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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