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야당 대표, 정기국회 시기 단식 바람직하지 않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거대 야당 대표가 국정운영을 점검하고 내년도 나라 살림을 챙겨야 하는 중차대한 정기국회 시기에 단식을 계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가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은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한 지 15일 만이다. 그동안 김 대표는 "야당 수장의 모습보다는 '관종(관심에 목매는 사람) DNA'만 엿보인다"고 밝히는 등 이 대표의 단식을 평가 절하해왔다.

이런 입장 변화는 전날 의료진이 이 대표의 단식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어제(13일) 이 대표를 진단한 의료진이 단식 중단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이유를 막론하고 이 대표의 건강을 해치는 단식 중단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단식 중인 이 대표를 방문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지도부가 아직 이 대표를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요구하고 있는 사안도 받아들일 의향이 적어 보인다. 강 대변인은 "정치권이 더 이상 민생이나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며 "국회에서 거대 야당인 민주당 대표가 단식하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 이제 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단식 14일째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국회 사무실에 누워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식 14일째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국회 사무실에 누워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국민 사과와 국정 방향 전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 천명과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국정쇄신과 개각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이 대표의 단식은 어느새 15일 차를 맞았다. 이 대표는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악화돼 전날 단식 장소를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본청 안 당 대표실로 옮겼다.

천춘호 민주당대표 비서실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진의 소견을 전하면서 "통상 단식 10~14일을 넘겼을 때 의학적으로 불가역적인 손상이 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식이 한계에 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금이라도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천 실장은 "아직 이 대표의 체온, 혈당, 혈압 등은 심각하게 비정상적이지 않다. 다만 저체온증 등으로 인한 신체 기능의 저하 증상을 보인다"며 "향후 심각한 이상 소견이 발생하면 단식 중단을 강력하게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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