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모두들 임윤찬을 보기 위해 광클을 했다. 입장권은 예매를 오픈하자마자 1분도 안돼 두번의 공연이 전석 매진됐다. 서울 시민 100명(1인당 2매)을 초대하는 추첨 티켓에도 1만6800여명이 몰려 33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피케팅’에서 행운을 거머쥔 사람들이 합창석까지 꽉 메웠다. 이빨 빠지듯 채운 것이 아니라, 시루 속 콩나물처럼 빽빽하다. 공연 시작 전 포토월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프로그램북을 사려는 줄도 길게 늘어섰다.요즘 가장 핫한 피아니스트의 힘이다. 지난달 25일 예술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특이한 이력이다. 세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다양한 악기를 두루 섭렵했다. 싹수가 보였다. 1995년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서울재즈아카데미 1기생으로 들어가 작곡·편곡을 배웠다. 작곡가 한상원, 원일 등과 교류하며 베이스와 건반 세션으로 활동했다.1999년 17세에 이적(보컬), 정원영(키보드), 한상원(기타)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으로 구성된 ‘긱스’의 베이시스트로 음악계에 데뷔했다. ‘천재소년’ 꼬리표가 붙었다. 2003년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1집 앨범 ‘눈물꽃’을 발매했지만 스스로 역량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1. ‘검은띠 마에스트로’ 안드리스 넬손스 :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Gewandhausorchester Leipzig)의 카펠마이스터(음악감독 및 수석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는 라트비아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라트비아 최초로 고음악 앙상블을 결성했고, 친아버지는 첼리스트였고, 어릴 때 만난 새아버지는 아마추어 합창단 지휘자였다. 다섯 살 때 바그너 오페라 ‘탄호이저’를 보러갔다. 탄호이저가 숨을 거두는 순간에 어린 넬손스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게 어릴 때의 가장 큰 사건이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오페라 팬들은 즐겁고 행복한 10월을 보냈다. 카리스마와 파워 넘치는 여성 2명이 맞붙었다. 빈첸초 벨리니(1801~1835)의 ‘노르마’와 자코모 푸치니(1858~1924)의 ‘투란도트’다. 국내 빅2 문화예술기관이 동시에 대작을 내놓은 데다, 절묘하게도 같은 날짜(10월 26~29일)에 공연해 흥미진진 대결 요소를 두루 갖췄다.가장 관심을 끈 키 포인트는 두 가지다. 국내에서는 만나 보기 힘든 세계 최정상 소프라노 여지원과 테너 이용훈이 각각 캐스팅돼 분위기를 달궜다. 또한 현대 오페라 연출의 주요 트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소프라노 임선혜는 ‘아시아의 종달새’라는 예쁜 별명을 가지고 있다. 1999년 고음악의 대가인 필립 헤레베헤에게 발탁돼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르네 야콥스, 주빈 메타, 리카르도 샤이, 이반 피셔 등 거장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한 무대에 섰다. 맑으면서도 사색적인 음색으로 바흐와 헨델 등 고음악 레퍼토리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인 성악가로는 조수미 이후 가장 뚜렷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임선혜는 지난 9월 14일 만프레트 호네크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공연을 펼쳤다. 폴란드 작곡가 헨리크 구레츠키의 교향곡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멋진 공연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감동의 크기는 줄어들겠지만, 가끔 그 순간을 꺼내보면 다시 훈훈해진다. 완벽한 테크닉을 뛰어넘는 세월의 아름다움이 흐르는 공연이다. 얼마 전 그런 무대를 감상했다. 그 공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살아가는 에너지를 준다. ‘아 이게 바로 음악의 힘이구나!’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한 시대를 쥐락펴락한 75세의 바이올리니스트(1948년생)는 ‘지휘 거장’ 반열에 오른 70세 남동생(1953년생)의 머리를 쓰다듬고 포옹하는 등 10대 때의 모습을 보여줬다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I’ll see you next year again.” 루돌프 부흐빈더는 지난 7월 9일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의 대장정을 마치며 한국 관객에게 “내년에 또 만나자”고 약속했다. 올해 77세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는 괴력을 발휘했다. 악성(樂聖)이 남긴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12일(6월 28일~7월 9일) 동안 7회에 걸쳐 연주했다. 전체 101개의 악장인데, 악보 없이 모두 외워서 터치했다. 이번이 베토벤 전곡을 연주한 60번째 공연이라 더욱 뜻깊었다.부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김봄소리는 최근 세계 클래식계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는 한국 바이올리니스트다. 2021년 세계적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소프라노 박혜상에 이어 국내 아티스트 세 번째로 ‘노랑 딱지’의 주인공이 됐다. 할아버지가 ‘봄이 오는 소리처럼 세상에 희망을 들려주라’는 의미로 순우리말 이름을 지어 주었는데, 정말 ‘봄소리’에 걸맞은 길을 걷고 있다.그의 이름 앞에는 한때 ‘콩쿠르 사냥꾼’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2010년 센다이 콩쿠르를 시작으로 ARD 콩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1981년 5월이다. 한수산은 한 일간지에 장편소설 ‘욕망의 거리’를 연재하고 있었다. 그는 ‘부초(浮草)’라는 히트작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였다. 이때만 해도 신문에 삽화 한 장을 곁들인 소설 연재는 필수였다. 구독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제목에서 짐작되듯이 남녀의 사랑을 다룬 대중소설이다. 그런데 별안간 보안사 관계자들이 들이닥쳤다. 일부 표현이 국가원수를 모독하고 군부정권을 비판한다는 죄를 뒤집어 씌웠다. 이른바 ‘한수산 필화(筆禍) 사건’이다.제주도에 머무르고 있었는데 갑자기 체포돼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첫 작품으로 ‘맥베스’를 무대에 올렸다.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네 차례 공연했다. 가장 가슴을 졸인 사람은 2월 취임한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이다. 총사령탑 데뷔작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챙기고 확인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뛰어다녔다.공연을 띄우기 위해 개막 하루 전인 26일 오후 프레스 리허설을 열었다. 30분 정도 일찍 기자들을 만나 커피타임도 가졌다. 그는 “직원, 스태프, 성악가 모두가 열심히 준비했다. 한층 더 발전된 무대를 보여줄 생각에 마음이 기쁘다”며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이름 먼저 바로잡는다. 폴란드의 피아니스트 피오트르 안데르셰프스키(Piotr Anderszewski)는 오랫동안 언론 등에서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라고 표기했다. 표트르라는 이름 때문에 러시아 사람으로 자주 오해받았다. 본인이 해준 발음과 국립국어원 표준 표기법에 따르면 ‘피오트르 안데르셰프스키’가 맞다. 그래서 지금부터 피오트르 안데르셰프스키로 적는다.그는 지난 2월 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열었다. 전날(27일)은 풍월당에서 쇼케이스 시간을 따로 마련했다. 강남 도산대로에 있는 풍월당은 음악을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피아노 한 대에 두 명이 앉아 연주하는 것을 ‘포 핸즈(four hands)’라고 한다. 잇닿을 연(連)자와 탄알 탄(彈)자를 써서 ‘연탄(連彈)’이라고도 한다. 연이을 연(聯)자로 적기도 한다. 피아노를 바라보고 오른쪽에서 높은음을 치는 사람을 ‘퍼스트(first)’ 또는 ‘프리모(primo)’라고 부른다. 주로 멜로디를 맡는다. 왼쪽에서 낮은음을 터치해 반주를 담당하는 쪽을 ‘세컨드(second)’ 또는 ‘세컨도(secondo)’라고 하는데, 화성과 리듬으로 멜로디를 받쳐준다.포 핸즈는 영화나 드라마의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소프라노 조수미는 늘 바쁘지만 12월과 1월은 특히 더 분주하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한국 팬들을 위한 굵직한 공연을 준비한다. 인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티켓은 오픈하자마자 금세 매진이다. 광클 전쟁이 불꽃을 튄다. 콘서트는 유쾌하고 재미있다. 딱딱한 스타일을 생각하고 갔다가는 깜짝 놀란다. 품격을 유지하면서도 클래식의 매력을 자유자재로 뽐낸다. 클래스가 남다르다.지난 20일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 조수미는 생각지도 못했던 서비스를 선물했다. 금발 머리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요즘 가장 핫한 10대 클래식 아이돌을 꼽으라면 단연 임윤찬과 한재민이다. 첼리스트 한재민은 2006년생으로 열여섯 살이다. 지난달 통영에서 열린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경연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고 재능 있는 젊은 음악인을 발굴하기 위해 2003년 시작됐다. 첼로, 피아노, 바이올린 순서로 매년 번갈아 열리며 내년에는 피아노 부문이 진행된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제주국제관악제와 함께 수상(2위 이상)하면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는 국내 개최 3대 국제 콩쿠르다.‘스타 탄생’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1. 임윤찬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 : 올해 가장 핫한 클래식 스타는 역시 임윤찬이다. 지난 6월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대회 60년 역사상 최연소(만 18세) 챔프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한 결선 영상은 현재도 유튜브 조회수 900만회에 육박하며 현재진행형 빅히트를 치고 있다.진짜 놀란 것은 멘트다. 의젓하고 참신하다. “여태까지 피아노만 치며 살아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우승했다고 실력이 더 좋아진 건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오페라 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라벨라오페라단이 내년 5월에 ‘로베르토 데브뢰’를 국내 초연한다는 뉴스다. 가에타노 도니제티(1797~1848)가 작곡한 ‘여왕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다. 2015년 ‘안나 볼레나’, 2019년 ‘마리아 스투아르다’에 이어 드디어 8년 만에 완전 합체가 완성된다. 브라보! 브라바! 민간오페라단이 그랜드 오페라급 세 작품을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기념비적 성과다.세 개 모두를 관통하고 있는 인물은 엘리자베스 1세(1533~1603)다. “짐은 국가와 결혼했다”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당 타이 손(Dang Thai Son)은 모든 역경을 이겨내는 음악의 힘을 보여주는 피아니스트다. 베트남 전쟁의 포성이 멈춘 뒤 5년이 흐른 1980년, 스물두 살 젊은이는 열 번째 열린 최고의 경연에서 위너가 됐다. 클래식 음악의 변두리였던 아시아의 첫 챔프였다. 이런 위대한 걸음이 있었기에 중국의 윤디리(2000년 우승)와 한국의 조성진(2015년 우승)도 뒤를 이을 수 있었다.더욱 놀랍고 감동적인 것은 삶의 궤적이다. 그를 뒤따라가면 ‘58년 개띠’의 파란만장 스토리가 뭉클하다.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은 법학 공부를 하다 뒤늦게 피아니스트의 길로 들어섰다. 늦깎이인 만큼 제대로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A급 선생을 구했다. 20세 전후였던 1829년부터 1831년까지 ‘1타 강사’ 프리드리히 비크(1785~1873)에게 레슨을 받았다. 아예 비크의 집으로 들어가 숙식을 해결하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피아노를 치고 또 쳤다. 스승은 제자의 재능을 알아보고 ‘물건’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했을 것이다.당시 스무 살의 슈만에게 열한 살의 클라라 비크(1819~1896)는 그냥 귀여운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아틸라(Attila)는 훈족의 왕으로 5세기 중반 유럽을 쥐락펴락한 실존 인물이다. 그는 ‘공포’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경외’였다. 말발굽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약탈과 방화로 폐허가 됐다. 잔인했다. 남아 있는 게 없었다. 그러나 강력한 지도력과 용맹함, 그리고 신출귀몰 재주는 혀를 내둘렀다. 영화 ‘박물관은 살아있다’에도 무조건 앞으로 달려가는 불도저 아틸라의 모습이 나온다.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마음처럼, 유럽인은 오랫동안 이 사내를 동경했다. 살짝 ‘투사’ ‘영웅’ ‘터프 가이’의 이미지를 덧칠해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자코모 푸치니(1858~1924)가 남긴 마지막 오페라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투란도트(Turandot)’다. 후두암 수술 뒤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그는 끝내 작품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숨졌다. 그래서 후배 작곡가 프랑코 알파노(1875~1954)가 배턴을 이어받아 나머지 부분을 완성했다.죽은 지 2년 후인 1926년에 밀라노 라스칼라극장에서 초연됐다. 관객 모두는 푸치니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검은색으로 드레스 코드를 통일했다. 생전 막역한 사이였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가 오케스트라 피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