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MFC. 사진=GS칼텍스
GS칼텍스 MFC. 사진=GS칼텍스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배럴당 100달러 돌파를 바라보는 가운데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90.28달러를 기록했으며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93.53달러, 중동산 두바이유는 배럴당 93.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유가는 소폭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전날 장중 WTI와 브랜트유가 각각 93.74달러, 95.96달러까지 치솟는 등 지난 한달 간 약 27% 급등,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의 유가 상승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감산과 중국의 경제 활동 재개 등에 따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시장 판단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말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가 감산을 결정한 이후 30% 폭등했고 최근 사우디 등이 자발적 감산 연장 방침을 발표하면서 상승세를 다시 부추겼다.

이달 초 사우디가 올 연말까지 하루 100만배럴의 감산을 이어가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러시아도 연말까지 석유 수출을 하루 30만배럴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OPEC+의 공급 감축이 연말까지 지속됨에 따라 공급 부족 우려가 지속되며 유가와 정제마진 모두 상승했다”며 “올해 4분기까지는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 선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1년 후 브랜트유 전망치를 기존 93달러에서 100달러로 올려잡았고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JP모건 등도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특히 JP모건의 경우 추가 감산이 이뤄질 경우 유가가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JP모건은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 2분기부터 하루 100만 배럴의 감산을 풀기 시작하지만 다른 OPEC+ 회원국들의 감산은 1년 내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공급 우려에 따른 유가 상승은 국내 정유업계가 정제해 수출하는 제품 가격 상승과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금지하면서 경유 가격이 크게 올라 호황을 누렸다.

국내 정유사들은 정제한 석유제품의 절반가량을 수출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올해 상반기 석유제품 수출량은 전년 대비 3.2% 늘어난 2억2850만배럴로 집계됐다. 경유는 상반기 전체 물량의 41%를 차지했다.

정유업계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은 지난달 초부터 배럴당 1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2.4달러까지 추락했던 것이 이달 2주차 배럴당 16.8달러까지 치솟았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의 비용을 뺀 금액으로 통상 4~5달러 선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다만 유가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 호재로 작용하지만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유 높은 가격에 원유를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향후 유가가 떨어질 경우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정유업계와 달리 석유화학업계는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와 값싼 중국산 석유화학 제품 공세에 고유가로 인한 제품 원료 가격 상승까지 겹쳐 어려움이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 지표로 꼽히는 에틸렌스프레드(마진)는 올해 상반기 톤(t)당 200달러에서 최근 137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계는 통상 톤당 300달러 수준을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