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에 대출 영업 확대 고심
상품 줄이고 금리 높여 실적 확대
대출 장벽 높아져 사금융에 몰릴 수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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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연체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건전성 관리에 주력하고 있는 저축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출 영업을 줄이고 일시적으로 건전성 지표를 개선했지만 수익감소라는 직격탄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상품 관리에 나섰다.

불필요한 상품은 줄이고 금리를 높여 고객을 끌어모으는 동시에 부실채권 증가 폭을 더디게 하겠다는 의도지만 일각에선 저축은행의 대출 장벽이 높아져 중·저신용 서민들이 대부업과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22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고금리 기조가 시작되며 조달비용이 높아져 대출 영업을 줄였던 저축은행들이 최근 영업 확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 판매를 줄이면 건전성은 개선되지만 연체율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특히 수익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실제 저축은행들은 대출 영업 축소의 영향으로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개선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15%로 전년 말보다 1%포인트(p) 상승했다.

반면 영업이 축소된 기간동안 대출 자산도 줄자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33%로 반년 만에 1.92%p나 높아졌다.

수익 역시 감소했다. 저축은행의 수익은 대부분 이자 이익에서 나오지만 가계·기업들에게 내준 대출이 축소되면서 실적 역시 크게 줄었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들은 9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자 이익이 5221억원 줄고, 대손비용이 6292억원 늘어 전년 동기보다 순이익이 1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장기적으로는 수익이 나빠지면 결국 건전성도 악화한다. 적자 폭이 커질수록 저축은행들이 원래 갖고 있던 자기자본이 깎여나가기 때문이다.

상황은 좋지 않지만 저축은행들은 중국 부동산 리스크,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등 경제 불안 요소로 인해 대출 영업 확대를 주저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질 때까지 영업 축소를 계속 이어갈 수는 없다"며 "현재 대부분의 저축은행이 영업 확대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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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줄이고 금리 올려 자금 이탈 방어

영업 축소로 인한 실적 악화를 돌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저축은행들은 상품 관리를 선택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5월 92개까지 늘었던 대출상품은 6월부터 점진적으로 감소하며 지난달에는 80개까지 줄었다.

낮은 금리로 대출해 주는 중금리 상품 역시 지난해 말 기준 46개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42개로 축소됐다. 불필요한 상품을 줄이고 자산건전성은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일부 저축은행은 상품 축소에 이어 금리 인상을 통해 시중 은행으로의 자금 이탈을 방어했다.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4.17%로 전달(연 4.06%)과 비교해 0.11% 포인트 뛰었다.

저축은행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 20일 정기예금 금리를 0.4% 포인트 인상했고 BNK·DH·JT·고려·동양저축은행 등은 연 4.5%의 정기예금을 내놓은 바 있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정기예금에 대한 자금과 영업자금 등의 필요성으로 금리를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 중·저신용 서민들 대부업·불법사금융 몰릴 가능성도

일각에선 이러한 수신 경쟁이 결국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대출 장벽도 자연스럽게 높아져 중·저신용 서민들이 대부업과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상담‧신고된 불법사금융피해 건수는 6784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된 상담‧신고 수(5037건)보다 1747건(34.68%)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대출 금리가 오르는 등 서민이 대출받기가 어려워져 사채 등 불법 사금융으로 몰리게 된다"며 "정부는 인터넷은행과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일부개정규정안'을 의결하고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의무화했다. 해당 규정안으로 인해 저축은행은 내년 7월부터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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