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리 위해 펀드 만들고 규제 해제
다양한 방안에도 해결 지지부진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처리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자체 펀드를 만들고 금융당국도 연체채권 시장 매각 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등 채권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부실채권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저축은행들의 건전성 지표 관리도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추후에도 부실채권 매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 매각을 활성화할 수 있는 금융당국 차원의 추가적인 방안 도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금융당국 역시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추가 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저축은행중앙회는 자율적으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저축은행업계 '부동산 PF 부실채권 정리 및 정상화 지원을 위한 펀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먼저 지난달 26일 BNK·IBK·KB·NH·OK·신한·우리금융·웰컴·하나·한국투자저축은행 등 10개사와 저축은행중앙회가 투자자로 참여해 총 330억원 규모의 펀드를 설립했으며 올해 말까지 전체 저축은행이 참여하는 추가 펀딩 및 외부 투자를 통해 펀드 규모를 약 1000억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그동안 저축은행 업권은 자율 협약 등을 통해 사업성이 있는 사업장의 만기 연장 등 금융지원을 추진해 왔지만 업권 자체적으로 PF 부실채권 정리, 정상화 지원을 위한 자금공급 필요성에 공감해 지원 펀드를 조성·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금융당국은 연체채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 7월 저축은행 부실채권을 매입할 유동화전문회사 우리금융 F&I와 하나 F&I, 대신 F&I, 키움 F&I, 유암코 등을 선정하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국한됐던 부실채권 매각 창구를 민간으로 확대했다.
다만 저축은행과 유동화전문회사가 적정 가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아직까지 민간 매각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달 5일에도 저축은행중앙회에서 '부실채권 정리 간담회'가 열렸지만 처리 가격, 방식 등에 대한 원론적인 대화만 이어졌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업계는 부실채권 연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캠코보다 높은 가격으로 부실채권을 매각해야되지만 유동화전문회사들은 개인 채권 취급 경험이 없다 보니 가격 책정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가격 협상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 건전성 관리 위해 적극적 매각 나서
저축은행이 부실채권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는 이유는 오래된 채권으로 인한 건전성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부실채권 매각이 늦어지면서 저축은행 연체율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총여신 연체율은 5.33%로 지난해 말보다 1.9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연체 기간이 오래돼 회수가 어려운 고정이하여신비율 또한 5.61%로 1.53%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일부 저축은행은 대출공급을 줄이고 상환에 주력하는 등 위험관리에 힘쓰고 있지만 연체율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또 저축은행의 예수금이 시중은행으로 빠져나가는 이른바 역머니무브 현상도 진행되면서 저축은행에 불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와 더불어 작년 하반기 이후 금리 상승과 미분양 증가로 부동산 사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대규모 대출을 진행했던 저축은행들은 지난 2월에는 'PF 대주단 협약'을 체결하고 PF 시장 부실에 대응하고 있다. 이 협약은 사업장의 대주단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4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추가 자금지원이나 이자 유예 등 채무조정을 할 수 있는 내용이다.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업계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선 저축은행이 자금조달 비용 절감을 위해 예금에 편중된 조달구조를 개선하거나 현행 대출포트폴리오의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도 지금처럼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시장 매각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올해 담보 대출과 부동산 PF 대출 등이 늘어 저축은행에서 취급하는 대출 규모가 전반적으로 커졌다"며 "금융당국이 강력한 규제에 나서기보다 장기적이고 일관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