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악재 돌출에 리더십 의문 부호
'업계숙원' 예보료율 인하도 지지부진
특단의 조치 필요하단 목소리 높아져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첫 업계 출신 중앙회장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연이은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9년 만에 적자'라는 실적이 담긴 성적표는 물론 대형 저축은행의 매각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오화경 리더십'에도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향후 전망 역시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불투명한 가운데 저축은행 업계는 효율적인 '내실 다지기'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지만 오 회장은 아직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 상반기 저축은행 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은 상반기에 총 96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금리 인상으로 예금 이자율이 뛰면서 지급해야 할 이자 비용이 급증한 가운데 대출 상환 연체율이 오르면서 실적이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체 저축은행의 연체율 역시 5.33%로 지난해 말(3.41%)에 비해 1.92%p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일제히 하락했다. 자산 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애큐온·다올·상상인·모아·신한저축은행)의 올 상반기 기준 평균 ROE는 4.72%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8.23%) 대비 13.52%p 떨어진 수준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에 따라 조달 비용이 본격화되며 대손비용 역시 증가하면서 저축은행의 전체 실적이 적자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엔 저축은행 매각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업계 분위기도 침체되고 있다. 한화그룹이 산하 계열사인 한화저축은행을 매각하기 위해 잠재적 인수 후보자에 대한 태핑(시장 수요조사)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상인저축은행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적지않다.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명령을 내렸다. 2주 후에도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지속될 경우 6개월 안에 보유 지분을 10%만 남기고 팔아야 한다. 업계에서도 오너인 유준원 대표가 매각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연이은 실적 악화로 인해 우려 계속
연이은 실적 악화와 매각 이슈로 인해 지난해 저축은행호의 선장이 된 오화경 회장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오 회장은 1분기 실적 악화와 관련해 직접 설명회를 열고 실적 개선을 약속했지만 이후 상반기 실적 역시 적자가 계속되자 업계에선 '오화경 리더십'에 금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1960년생인 오 회장은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로 활동하다 지난해 2월 제19대 중앙회장 자리에 올랐다. 첫 업계 출신 중앙회장으로 선임된 오 회장은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진행하고 △사회적 역할 확대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힘을 쓰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다만 오 회장의 노력에도 실적이 급감하면서 업계에서는 수익 다각화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오 회장이 약속했던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지역 간 양극화 해소 등의 계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저축은행 업계의 오랜 숙원인 '예금보험료율 인하' 역시 오 회장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그간 저축은행 업권은 타 금융권에 비해 높다는 이유로 예보료율 인하를 계속해서 요구해 왔다. 오 회장에게도 예보료율 인하에 대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달라고 했지만 아직까지 인하는 이뤄지지 않으면서 분발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실 저축은행 업계에선 예보료율 인하를 제일 중요한 숙원사업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진전이 없다"며 "협회 차원의 노력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 녹록치 않은 상황에 강력한 리더십 절실
앞선 설명회를 통해 오 회장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대출 영업 확대는 지지부진한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정기 예·적금 금리를 높이면서 과도한 금리 경쟁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타 은행권과 달리 자금조달 경로가 예·적금으로 한정돼 있다. 수신을 확보하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20%로 제한된 대출 금리는 저축은행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은 것도 저축은행업계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 중 하나다. 저축은행업계는 대출 최고 금리가 법적으로 묶이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규모 대출 등으로 수익 다각화를 꾀했는데 올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이에 대한 수익 기대도 줄었다.
하반기 업계 안팎의 시선은 오 회장의 향후 대책에 쏠려있다. 위기 극복과 지속 성장을 중점 과제로 내세운 오 회장이 특유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