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개정하고 출시 가능했지만 보류
올해 수익성 악화로 상품 필요성 부족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선 출시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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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계속된 고금리 기조로 인해 건전성 관리에 들어간 저축은행이 앞서 계획됐던 상품마저 출시를 미루고 있다. 매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혁신 상품 출시를 위한 기반을 다졌지만 급격히 악화된 성적표를 받아 든 저축은행들은 수신 상품에 힘을 줄 여력이 없어 보인다.

업계에선 저축은행들의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선 '지금 이자 받기' 상품을 빠르게 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저축은행들은 올 하반기 경영 전략을 '확장'보다 '유지'로 추진하면서 상품 출시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이다.

27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중앙회는 예금약관을 개정하고 개정된 약관을 각 저축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약관은 이자 지급 관련 약관을 현행 '매월 또는 매 분기 마지막 월 중 일정한 날'에 추가로 '고객 요청에 의한 이자지급일' 내용이 추가됐다.

개정된 약관을 적용하면 저축은행들도 매일 이자를 받고 이자에 원금을 더하는 일 복리 구조가 적용된 상품을 만들 수 있다. 일 복리는 매일 이자를 받고 받은 이자를 원금에 붙여 점점 남은 잔액을 불리는 구조를 말한다.

이에 앞서 토스뱅크는 지난해 3월 금융사 중 처음으로 일 복리 구조가 적용된 '지금 이자 받기'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당시 토스뱅크는 해당 상품을 통해 대규모로 고객을 모집할 수 있었고 '지금 이자 받기' 상품은 토스뱅크의 초반 흥행을 견인하기도 했다.

이러한 인기에 저축은행업계는 저축은행중앙회 이자 지급 약관 변경 내용을 변경하며 혁신 상품 출시 준비를 마쳤지만 정작 상품을 출시해야 할 저축은행들이 상품 출시에 소극적인 모양새다. 일부 저축은행은 상품 출시를 위한 내부 검토까지 진행했지만 잠정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검토를 진행한 것은 맞다"며 "아직 구체적인 상품 출시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토스뱅크가 출시한 '지금 이자 받기' 상품. 사진=토스뱅크.
지난해 3월 토스뱅크가 출시한 '지금 이자 받기' 상품. 사진=토스뱅크.

◇ 수익성·시간 등 다양한 이유로 출시 꺼려

저축은행들이 높은 인기가 보장된 상품 출시를 꺼리는 이유는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총 962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저축은행 업계는 하반기 전략을 '확장'보다는 '유지'로 수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일 이자를 주는 상품이 출시되면 고금리에 따른 조달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상반기 저축은행의 이자수익이 9200억원 증가한 반면 이자비용은 1조4000억원 넘게 늘었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크다 보니 수익성은 악화되고 상품 출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은행과 달리 별다른 포트폴리오가 없는 저축은행은 예·적금으로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예·적금의 경우 만기 시 일시 지급 구조로 돼 있어 조달 안정성이 높은 반면 입출금 상품은 돈이 수시로 들어왔다 나가는 탓에 안정성이 떨어진다.

이와 더불어 단순히 출시만 하는 것이 아닌 모바일뱅킹 업그레이드 등 다양한 작업이 함께 진행되는 작업이다 보니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다. 이미 해당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다른 시중·인터넷은행과의 불가피한 경쟁 역시 출시를 미루는 또 다른 이유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현재 경영 기조로 봤을 땐 출시를 급하게 진행하진 않을 것이다"라며 "이자 부담을 최대한 줄이고 실적이 개선되면 그때서야 출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가 적은 저축은행이 상품 출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기존 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1금융권보다 매력 있는 상품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중·저신용자가 아닌 일반 예금 고객을 모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하고 있다. 다양한 이유로 출시가 미뤄질 수 있지만 상품에 대한 계획은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출시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상반기 안에는 윤곽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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