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조치에 금융그룹 등 인수 후보 거론
확장 원하는 우리금융지주가 유력 후보
업황 둔화 등으로 인수자 찾기 어려울 수도

상상인 그룹. 사진=연합뉴스.
상상인 그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강제 매각 조치를 당하면서 업계 7위 저축은행을 데려갈 새 주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그룹·사모펀드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 중 일부는 "인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고 악화된 건전성 지표로 인해 매각은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18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17차 정례회의에서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주식처분명령안을 의결했다. 이번 결정으로 상상인 그룹은 내년 4월까지 보유 지분 100% 중 최소 90%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대주주로서 자격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앞서 금융위는 2019년 12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2곳에 중징계를 내렸다. 신용공여 의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서도 거짓으로 보고하고 대주주가 전환사채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형식적 공매를 진행한 혐의다. 금융위는 불법 대출 혐의에 따라 과징금 15억 2100만원을 부과했고 유준원 대표에게는 직무 정지 3개월을 처분했다.

이에 불복한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2곳과 유 대표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5월 금융위 처벌이 합당하다며 기각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금융위는 지난 8월 30일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2곳에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충족 명령은 이행되지 못했고 금융위는 매각 명령을 결정했다.

◇ 포트폴리오 확장 원하는 우리금융지주가 유력 후보

금융당국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업계에선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시장에 상상인그룹 저축은행들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인수합병에 대한 규제도 완화된 시점에서 상상인저축은행 급의 매물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OK금융·웰컴금융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OK금융과 웰컴금융은 인수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우리금융지주가 급부상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증권사나 보험사 등 비은행 부문 인수를 통해 포트폴리오 확장에 치중하면서 그간 옥석 가리기에 열중해 왔다.

우리금융지주는 상상인저축은행을 통해 지주 내 아픈 손가락 중 하나였던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영업 기반 확대를 노릴 예정이다. 수도권에서 영업 환경을 갖추지 못했던 우리금융저축은행은 5대 금융지주계열 저축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했지만 수도권 위주의 영업활동 반경을 갖춘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해 재도약하겠다는 의지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충청지역이 영업 구역이지만 여·수신 규모가 커 인수합병하는 경우 기존 영업망이 확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기준 상상인플러스의 대전·충청지역 여·수신 점유율은 30%로 지역 내 각각 2위, 1위 규모다.

또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인수가 우리금융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금융 성과 확대에 도움이 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통상 금융지주 계열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같은 계열 저축은행 대출로 넘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 후 그룹 전체의 중소기업 영업 규모가 확대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우리금융은 M&A 시장에 나오는 매물은 모두 검토 중이다"라며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상상인의 2대 주주인 시너지그룹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상상인저축은행 등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이 내려지고 상상인이 보유한 자산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시너지그룹이 상상인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길 바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너지그룹 측은 투자사인 만큼 경영에 큰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바뀌면서 주주들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 개최한 우리금융지주. 사진=연합뉴스.
2023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워크숍 개최한 우리금융지주. 사진=연합뉴스.

◇ 6개월 내 인수 의향자 찾기 어려울 수도…

다만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업황 둔화·자산 건전성 악화 등으로 상상인이 6개월 내 인수 의향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기업과 가계의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면서 상상인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올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에 비해 2.13%에서 10.67%로 치솟았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건전성지표로 해석된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같은 기간 3.16%에서 10.68%로 급등했다. 

올 상반기 들어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모두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한 점도 매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또 상상인그룹이 처분명령 이행 대신 행정소송 제기할 가능성도 크다. 그룹사 전체 매출의 76.3%를 저축은행업·금융투자업 등 금융사업 부문이 차지하는 만큼 그룹사 입장에서 매각을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상상인이 행정심판 및 소송을 제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내년 2월 8일 이전에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상상인 관계자는 "소송 제기·처분명령 이행 등 전부 검토 중에 있다"며 "아직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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