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대한항공 이사회가 유럽연합(EU) 경쟁당국에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관련 시정조치안 제출을 승인했다. 이미 대한한공은 EC에 시정조치안 제출 준비를 끝내고, 아시아나 이사회의 화물매각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지난 30일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EC에 대한 시정조치안 제출'을 조건으로 EC에 시정조치안 제출을 승인했다고 31일 밝혔다.

시정조치안에는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성 해소를 위해 유럽 4개 노선에 대체 항공사(remedy taker)가 진입하기 위한 당사의 지원 방안과 진입 허가 동의서(Entry Commitment Agreement)가 포함됐다.

앞서 EC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과 관련, 경쟁감소 우려를 해소하고자 슬롯반납과 화물사업 매각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등의 내용이 담긴 시정조치안을 준비해 왔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이사회가 시정조치안 제출에 동의를 하는 조건으로 신주인수계약 관련 합의서도 체결했다. 신주인수계약 규모는 1조5000억원 규모이며, 거래종결 후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분할을 추진하게 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시정조치안 제출을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이번 대한항공 이사회 결의는 효력을 상실한다. 또 EC가 요구한 경쟁감소 방안을  시정조치안에 담을 수 없어 기업결합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매각 결정에 동의한다면, 대한항공은 준비된 시정조치안을 EC에 제출하고 기업결합에 다시 매진할 수 있게 된다. 이번 화물매각 관련 아시아나 이사회 결정 외에는 모두 대한항공 내에서 기업결합과 관련해 조율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다만 대한항공이 당초 10월 말까지 EU 집행위원회(EC)에 시정조치안을 제출하기로 한 만큼, EC 측과 일정 조정은 불가피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만간 아시아나 이사회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시정조치안 제출과 관련해서는 EC측에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11월 2일 EC에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제출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해당 안건에 대해 지난 30일 이사회를 개최했으나, 8시간 가까이 격론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안에 대해 표결을 완료하지 못하고 정회됐다"고 설명했다.

이사회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자사 및 자회사 전 임직원의 안정적 고용 보장과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모든 안건에 대해 토의했다. 특히 화두가 된 화물사업부 매각이 포함된 시정조치안 전반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물론, 아시아나항공 임원 및 노동조합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공유하는 등 해당 안건에 대해 다각도로 논의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지난 30일에 열린 이사회는 일부 이사들간 이해충돌 이슈 등에 대한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안건 의결에 들어가지 못하고 잠시 정회된 것"이라며 "이사들의 일정을 조율해 11월 2일 정회된 이사회를 다시 열고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