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국내 조선 빅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11년 만에 나란히 동반 흑자를 달성하며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여기엔 업계의 체질 개선 노력이 있었다. 지난 수년간 수주한 ‘고수익’ 선박들을 올해 인도하기 시작하며 실적에 반영됐고, 반대로 실적의 발목을 잡던 ‘저가 수주’ 물량은 인도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는 올 3분기 나란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 동시에 분기 흑자를 낸 것은 2012년 4분기 이후 11년 만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3분기 매출 5조112억원, 영업이익 690억원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1분기 유일하게 흑자(매출 1조6051억원, 영업이익 196억원)로 전환됐던 삼성중공업은 2분기(매출 1조9457억원, 영업이익 589억원)에 이어 3분기도 매출 2조255억원, 영업이익 758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 흐름이 뚜렷하다.
2020년 4분기부터 적자 고리를 끊지 못하던 한화오션은 3분기 매출 1조9169억원, 영업이익 741억원을 기록하며 마지막으로 흑자에 합류했다.
이들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촉발한 금융위기 이후 건조 수요가 급감하자 일감 확보를 위해 10여년 동안 저가수주 위주로 버텨왔다. 선가가 낮으니 수익률이 높을 수가 없었다.
3사 실적 개선은 고부가가치 선박의 대규모 수주로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물동량이 늘어난 2021년부터 연간 선박 수주 목표량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선수금은 적게 받고 인도 시점에 건조 대금을 많이 받는 ‘헤비테일’ 방식에 따라 실적 개선이 2년 만에 본격화됐다.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 중 하나인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의 선가가 상승 흐름인 것도 호재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0월 기준 신조선가지수는 전년 동기대비 8.6% 상승한 176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상승세다. 특히 국내 조선사들의 주력인 LNG선의 선가는 9월 말 기준 2억6500만달러로 초대형 유조선(1억2800만달러), 초대형 컨테이너선(2억3000만 달러) 보다 훨씬 가격이 높다.
일감도 넘쳐난다. 카타르에너지의 발주 물량이 기다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5조3000억원 규모의 LNG선 17척 건조 계약을 따냈다. 30척을 추가 발주할 것으로 알려진 카타르에너지 측과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연내 대규모 수주가 기대된다.
대규모 일감을 확보하면서 안정된 재정을 기반으로 더 이상 저가 수주가 아닌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한국이 현재 기술적으로 우위를 점한 LNG선 건조력에서 업계 라이벌인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고 있어 머지않은 미래에 또다시 저가 수주 경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역시 기술력을 강화하는 ‘초격차’ 확보에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언젠가는 하향 국면이 돌아온다”면서 “흑자 흐름일 때 기술 개발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