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자위 특허소위서 발의 의원 간 타협점 못찾아
여야 원내지도부의 정치적 타협에 따라 입법·폐기 결정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원자력발전에 대한 발의자들의 시각차로 입법되지 못하고 3년간 공회전을 거듭하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특별법의 입법안들이 결국 여야 원내지도부의 결정에 맡겨지게 됐다. 다른 법들과 함께 묶여 정치적 타협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산자위가 22일 개최한 산업특허소위에서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해상풍력 특별법 등 그간 발의한 의원들 간 절충점을 찾지 못한 입법안들이 한데 묶여 여야 원내지도부로 넘겨졌다. 원내지도부로 넘겨지면 법안은 결정될 때 발의자의 의사보다 여야의 입장 등 다른 요소가 입법 여부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날 법안들의 원내지도부로의 이관은 국민의힘 산업위 간사이자 산업특허소위원장을 맡은 김성원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관된 법안들은 대부분 정부여당의 입법안들로, 민주당보다 소수인 국민의힘 의원들로만 통과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은 발의된 지 3년이 지난 법안으로 결국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발의자들의 손을 떠난 신세가 됐다.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의 내용에 대해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과 민주당 김성환 의원 간 입장차는 명확하다. 일단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의 설비용량 기준에 대한 시각차가 크다. 김 의원은 원전의 수명을 기준으로, 이 의원은 원전의 계속운전을 고려하자는 입장이다.
두 의원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공전되자 이 의원은 김 의원안으로 입법을 추진하되 기술적 성숙과 여건을 단서조항으로 달자는 타협안을 내놓기도 했다. 즉, 원전의 계속운전을 위한 각종 안전기술이 확보되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를 보다 확장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삽입하자는 제안이다.
이 의원은 일단 타협안을 제시하면서도 사실 단서조항은 큰 의미가 없다고 의원실 관계자는 전했다.
이 의원은 지역구가 원전이 밀집된 월성과 울산 등과 가까운 대구 수성구을로 원전 지역주민의 압박을 받기도 한다. 원전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원전 내 임시저장고에 저장된 사용후핵연료를 옮길 수 있는 고준위 방폐장 구축을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의원에겐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 통과가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이에 반해 김 의원은 다른 입장이다.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안을 내놓으면서도 원전 확산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 의원은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에 설비용량을 확장 가능하다는 내용이 포함되면 앞으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수 있는 근거로 사용된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추진되며 주기기 제작에 착수했는데, 전임 정부에서 폐기됐던 천지원전이나 대진원전 또한 다시 되살아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이 의원이 타협안을 제시했어도 설비용량에 대해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2일 국회 산자위 산업특허소위에서도 김 의원은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을 발의했으면서도 오용될 수 있다며 통과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일부 위원들이 원전의 발전비중을 50~55%까지 높이자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의원은 고준위 방폐장 입법에 더욱 소극적이 됐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원래 2년마다 수립하는데, 올해 초 10차 계획이 발표된 만큼 11차 계획은 내년말이나 내후년부터 논의돼야 한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원자력계는 11차 계획의 조기 수립을 주장하며 올해 11월부터 논의에 착수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김성원 산업특허소위원장은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을 원내지도부에 넘긴 것으로 분석된다.
원내지도부 손에서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이 어떤 향방으로 흘러갈지 전망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고준위 방폐장 설치에 우호적이기 때문에 통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다수당인 민주당에서는 방폐장 특별법 통과가 그리 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전까지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이 입법되지 않으면 법안이 자동폐기 된다.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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