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선거제 개편 논의 의원총회 30일로 연기…격돌 예상
이재명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병립형 시사
혁신계 “배지 한 번 더 달겠다고 국민 약속 버리나”
[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 개편안 등을 논의할 의원총회를 당초 29일에서 하루 미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두고 당내 의견 차가 심화하자 일정을 늦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날(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선 공약을 뒤집고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주장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까지 내놓아 당내 갈등은 격화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전날(28일) 유튜브 방송에서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지금 폭주, 과거로의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선거라고 하는 건 승부 아닌가. 이상적인 주장(은 멋있지만),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있겠나”라며 “선거는 무조건은 아니지만 어쨌든 결과로는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현실의 엄혹함이라는 것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상과 현실, 그 중에서 현실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쁜 세상이 되지 않게 막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 사실상 병립형 비례제 회귀 또는 위성정당 창당을 주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 유지를 강조했지만,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병립형 비례제로 바꾸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신당에 비례 의석을 빼앗길 가능성이 줄어든다. 이런 점에서 “현실”을 강조한 이 대표의 발언은 병립형 비례제를 주장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는 풀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비례의석을 정당 득표율만큼 단순 배분하는 제도다. 반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 의석수를 미리 나눠 정한 뒤, 지역구 당선자가 그에 못 미칠 때 일부로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하면 이 대표는 대선 공약 파기 논란에 휩싸이게 되는 만큼,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입장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반발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날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금지’ 결단을 촉구하며, “저부터 현 지역구에 불출마하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혁신계(비명계)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 모두가 국민 앞에 서서 약속한 결의안을 벌써 다 잊은 건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한낱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더 달겠다고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국민의힘 이겨보겠다고 결의 따위, 약속 따위, 모른 체하면 그만인가”라며 “우리의 자존심, 자부심이던 그 민주당 맞나”라고 따졌다.
이에 오는 30일로 연기된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선거제 개편안을 두고 격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민주당은 당초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 개편방향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일정을 취소하고 오는 30일 열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 연기 배경과 관련해 “지금 관심사가 선거제만이 아니라 탄핵안 처리 문제, 당내 현안 문제가 여러 가지 있다”며 “이런 것들을 다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데 오늘은 의원 참석률이 저조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