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상승 속 대출상품 줄이고 신용판매 주력...신사업도 적극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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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고금리 기조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으로 실적 악화에 고심하고 있는 카드사들이 연체율과 리볼빙 잔액의 고공행진으로 인한 부실 위험에 직면했다. 카드사의 연체 리스크가 가계대출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카드사들은 재무 건전성 관리에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막대한 리볼빙 잔액으로 인한 리스크를 막기 위해 관리 강화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선 카드사들이 지속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는 등의 노력을 이어가야 된다고 지적한다. 카드사들도 대출보단 전업인 신용판매에 주력해 위험요소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3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 삼성 KB국민 등 9개 카드사들의 지난달 기준 리볼빙 잔액은 7조582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7조1634억원에 비해 4000여억원 증가했으며 2021년 12월 6조1448억원과 비교하면 1조원 가량 급증했다.

1년 새 카드사별 리볼빙 잔액이 많이 늘어난 곳은 KB국민카드(1조3544억원→1조5165억원), 신한카드(1조4448억원→1조6068억원), 삼성카드(1조1857억원→1조3463억원), 롯데카드(9403억원→1조956억원) 등의 순이다.

대표적인 생계형 대출성 상품인 리볼빙은 카드대금의 일부를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을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카드대금이 부족한 고객이 연체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으나 카드론보다 금리가 높은 데다 여러 달 연속으로 이용하면 갚아야 할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 가계대출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체율과 카드 할부금 이용액 역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전업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년 전보다 0.6%포인트 높아진 1.67%에 달했으며 같은 기간 할부 이용액은 11조3403억원으로 올 상반기 대비 4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 기조로 금융기관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걸어 잠갔고 결국 리볼빙이나 연체율 증가로 이어졌다"며 "재무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카드사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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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볼빙·연체율 증가로 수익성 악영향

업계에선 이러한 리볼빙과 연체율 증가가 장기적으로 보면 카드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카드대금이나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고객이 늘어나게 되면 연체율은 올라가고 이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 등 위험관리 비용이 늘어나면서 카드사 수익성이 나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실제 카드사 수익성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뒷걸음쳤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5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 줄었다. 삼성카드와 KB국민카드는 같은 기간 각각 0.8%, 25.4% 감소한 1395억원, 7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또 일각에서는 리볼빙 잔액 증가가 소비자들의 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소비 위축을 가져와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들이 어쩔 수 없이 리볼빙 등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돈을 받아야 하는 카드사도 점차 위험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전세자금 대출이나 특례보금자리론처럼 DSR 규제에서 카드론을 제외해 일정 기간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포트폴리오 변경 등 대책 마련 돌입

수익성 개선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카드사들은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손실을 대비해 지속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으며 경기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대출보다 전업인 신용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또 비용절감을 위해 알짜카드를 단종하고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리미엄 카드를 잇달아 내놓는 등 수익성이 낮은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혜택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마이데이터, NFT(대체불가토큰), 알뜰폰 등 신사업을 통한 수익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대출영업을 줄이고 내부적으로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중"이라며 "다양한 수익원 발굴을 위한 과정을 연이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다음 달 초 카드사들을 상대로 리볼빙 관련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과도한 금리 마케팅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리볼빙을 권유하는 영업 행태를 자제하라는 메시지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관리를 강화하는 개념이지 갑자기 줄이려는 목적은 아니다"며 "과도한 리볼빙 마케팅 자제를 당부하면서 건전성 리스크 관리를 당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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