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메모리반도체 최대 이슈는 엔비디아향 HBM 공급
삼성전자·SK하이닉스 생존게임 속 AI 반도체 부상
중국 SMIC 자체 7나노칩 양산 성공에 업계 충격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올해 반도체 산업에선 치열한 생존게임이 펼쳐졌다. 스마트폰, PC, 가전 등 전방산업 부진 속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붐을 타고 업체간 희비가 갈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나빠진 메모리반도체 업황은 올해 하반기에도 기대만큼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말 기준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큰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올해 메모리반도체 업계 최대이슈 중 하나는 AI 반도체 부상에 따른 SK하이닉스의 선전이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발(發) 고대역폭메모리(HBM) 특수를 타고 3분기 D램 점유율이 35%까지 올라왔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39.4%로, 양사간 격차가 역대 최저수준으로 좁혀졌다.
반도체 산업을 이끌 막강한 키워드로 AI가 부상했다. 특히 온디바이스 AI의 등장이 스마트폰 같은 개인용 전자기기에서 반도체 기술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새로운 D램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삼성전자는 내년 차세대 메모리 LLW(Low Latency Wide I/O)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또 AI 수요에 발맞춰 HBM-프로세싱인메모리(PIM) 분야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HBM-PIM은 메모리와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을 함께하는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PIM은 하나의 칩에 메모리와 연산 기능을 합친 반도체다. HBM-PIM은 기존 HBM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뛰어나다.
애플의 혼합현실(XR) 기기 '비전 프로'가 공개되면서 온센서 AI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온센서 AI는 센서에 AI 알고리즘이 더해져 무거운 데이터 처리를 자체적으로 한다. 온디바이스 AI와 마찬가지로, 서버와 연결되지 않고 기기에서 AI 학습과 연산을 할 수 있게 된다.
◇ 낸드플래시 한파, 어드밴스드 패키징 부상
올해 낸드플래시 시장에는 한파가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전 세계 낸드 시장 매출이 약 410억달러로 전년대비 약 31% 줄어들 것으로 제시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글로벌 낸드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분기 대비 15% 떨어졌으며, 매출 기준 낸드 시장 규모는 16.1% 줄어들었다. 2분기 낸드 매출은 직전분기보다 7.4% 증가하며 1년만에 오름세로 돌아섰다.
키오시아와 웨스턴디지털간 합병도 불발되며 낸드 시장에 조만간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업계에선 낸드 기업 일부가 정리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좀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웨스턴디지털은 키오시아와 합병 불발 후 현재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상황이다.
중국이 7나노 반도체 개발에 성공한 것도 올해 반도체 업계 큰 이슈였다. 화웨이는 SMIC의 7나노 공정이 적용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린 9000s'를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 넣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핵심 반도체 장비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열풍에 불을 지폈다. 화웨이는 뒤이어 5나노 프로세서인 '기린 9006c'를 노트북에 탑재했다.
이 칩셋 역시 SMIC가 생산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는 이 칩셋을 내년 나올 스마트폰 P70 시리즈에 탑재할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패키징도 여느 때보다 주목받았다. 초미세공정이 한계 상황에 다다른 가운데 앞으론 후공정인 패키징 경쟁력에서 승부가 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는 칩을 수평으로 배치하는 3D 패키징을 통해 어드밴스드 패키징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패키징 시장에서 점유율 6위 기업이지만 어드밴스드 패키징 분야 경쟁사는 TSMC와 인텔 정도로 압축된다. 삼성전자가 이 분야에 힘을 실어야 미래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어드밴스드 패키징 시장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12.7% 성장할 전망이다. 이 시장은 2021년 312억달러 규모에서 오는 2027년 617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