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한동안 반도체 감산 기조 이어질 듯
글로벌 경기 부진에 공격적인 투자 어려워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경쟁사인 TSMC의 내년 설비투자가 4년래 최저 수준이 될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TSMC의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보다 6.3~12.5% 줄어든 280억~3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내년 1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설비투자 계획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투자를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올해 설비투자에 320억달러를 집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2년 TSMC가 여기에 사용한 금액은 363억달러였다. 내년 이 회사는 3나노 이하 공정과 함께 어드밴스드 패키징 등 고부가 영역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파운드리 업황은 수요 감소로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TSMC는 내년 7나노 공정 서비스 가격을 5~10%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장비업계 또한 역풍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은 내년 매출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ASML의 매출액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다. 올해 이 회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와 관련해선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를 통틀어 올해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부 고부가 반도체를 중심으로만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올해 설비투자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당분간 반도체 장비업계는 보릿고개를 감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일부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제외하곤 보수적 관점을 유지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보다 약 50% 늘어난 10조원 가량을 내년 설비투자에 사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제로 SK하이닉스의 투자가 예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올해 신규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SK하이닉스는 내년 HBM이나 300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기업이 투자에 보수적 관점을 보이는 것은 글로벌 경기가 단기간에 쉽게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감산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