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이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등이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올해 주요 그룹의 연말 인사 키워드는 ‘승진축소‧세대교체‧오너등장’으로 압축된다. 글로벌 불황 속에 위기감이 반영된 행보로 분석된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은 임원 승진 규모를 예년보다 크게 축소했다. 임원 축소를 통해 경상 경비 감소에 따른 경영 효율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143명의 임원을 승진시켰다. 지난해 187명에 비해 23.5% 감소했다. LG그룹은 139명이 승진했다. 지난해 160명보다 21명이 줄었다. SK그룹은 신규 임원 승진자가 82명으로 최근 4년 이래 가장 적다. 2023 인사에서는 145명이었고 2022 인사에선 165명이 신규 임원이었다. 2년 전에 비해 절반에 그친 셈이다.

이 같은 임원 승진 축소는 실적 악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른바 신상필벌이 적용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올해 1분기에 6000억원을 기록하며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2분기에서도 6000억원대에 머물렀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작년 4분기부터 1년간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는 중국의 저가 공세로 LCD 사업에서 손실을 보며 작년 2분기부터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실적 악화로 줄어든 임원들 가운데서도 베테랑들은 설 자리가 더욱 좁다. 젊은 피들이 대거 수혈됐다. 60대들이 대부분 퇴진하고, 50대가 전면에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첫 1970년대생 사장을 탄생시켰다. 1970년생인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 주인공이다. 삼성전자는 30대 상무도 1명 등용했고 40대 부사장도 11명을 기용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7.3세다.

LG그룹은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을 퇴진시켰다. 권 부회장을 마지막으로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 임명된 부회장들이 모두 물러났다. 구광모 회장 체제가 완료된 것이다. 신규 임원들의 평균 연령은 49세다. 최연소 타이틀은 1982년생인 손남서 LG생활건강 상무가 차지했다.

SK그룹 역시 올해 신규 선임 임원들의 평균 연령이 만 48.5세로 지난해보다 0.5세 젊어졌다. 오너 일가인 최태원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1989년생)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이 사업개발본부장을 맡으며 만 34세로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오너 일가의 등장은 책임경영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최윤정 본부장뿐만 아니라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그룹 2인자’로 불리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고 공식화한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며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했다. HD현대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승계 작업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코오롱그룹 역시 이웅렬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경영권 승계에 탄력을 붙였다.

재계 관계자는 “각 그룹의 인사는 경영 전략과 깊은 관련이 있다”면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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